[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여자주장'이라서가 아니라, 시합 결과로 주목받고 싶습니다"
야구 '여자 주장'이 고시엔(甲子園) 출사표를 던졌다. 오는 8월 개막하는 고시엔 대회를 목표로 지역 예선에 나서는 오우미 미즈키(近江瑞月) 아마가사키(尼崎)공업고등학교 주장의 이야기다.
고시엔 대회는 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를 말하며, 고시엔 구장에서 열리는 데 빗대 고시엔 대회라고 불린다. 올해로 100회째를 맞이하는 고시엔 대회는 오는 8월 5일 개막한다. 현재는 지역별 예선이 진행 중이다.
일본 고교야구의 성지라고 불리는 '고시엔(甲子園)'구장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
1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오우미 주장이 이끄는 아마가사키 공고는 이날 히가시효고(東兵庫) 지역 예선에 나서 첫 경기를 갖는다. 오우미 주장은 기록원으로 벤치에 들어갈 예정이다.
'남자의 세계'인 고시엔에서 여성 주장의 존재는 이례적이다. 오우미 주장도 원래는 여자 매니저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팀 감독에 의해 주장으로 지명됐다. 훈련 시엔 훈련 메뉴를 지시하고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을 독려한다.
오우미 주장은 원래 축구를 좋아했었다. 축구 강호라고 불리는 학교로 진학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중학교 1학년. 왼쪽 발목에 골절상을 입으면서 꿈은 멀어졌다. 회복 후 훈련에 복귀했지만 다리는 생각만큼 움직여 주지 않았고 훈련을 따라가기도 힘들었다.
중학교 졸업 후 진로를 결정할 때, 오우미 주장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우연히 방문했던 아마가사키 공고 야구부의 훈련 모습이었다. 힘이 잔뜩 들어간 기합소리와 날카로운 타격음에 매료된 오우미 주장은 "나도 저 그라운드에 서고 싶다"는 생각에 아마가사키 공고로 진학했다.
아마가사키 공고는 지난해 고시엔 대회에선 효고(兵庫)현 예선 3차전에 패배했다. 고시엔 구장에서 학교로 돌아오던 길 팀 감독은 오우미 당시 매니저를 주장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제가 캡틴이라고요?" 오우미 주장은 갑작스러운 발표에 동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왕 지명받은 이상 "하게 된다면 이기는 팀을 만드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처음엔 불만이 많았다고 했다. 아마가사키 공고의 내야수 모리오카 요시나리(森岡善成) 선수는 "솔직히 '어째서?'라는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힘든 훈련을 하고 있을 땐 오우미 주장을 향해 "저녀석이 이런 어려움을 알까"라고 반발하는 부원들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먼저 그라운드에 도착해 있는 성실한 모습과 회의 중에도 냉정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모습에 선수들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우미 주장을 선택한 감독은 "우리 팀은 조용한 선수들이 많아, 팀에 불을 당겨줄 역할이 필요했다"면서 "투지를 말로 해줄 수 있는 부원이 주장이 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오우미 주장은 '여성 주장'이라는 점을 강조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강한 건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라며 "'여자인데'라는 말을 듣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모리오카 선수는 "팀을 위해서 굳은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 주장을 보고 이겨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서서히 오우미 주장을 중심으로 단결하기 시작했다.
오우미 주장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어떤 전개가 된다고 해도 웃는 얼굴로 선수들을 지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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