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회의 참석해 "당장 국방비 2% 올리고, 향후 4%까지 올려야"
무역이어 안보도 '미국 우선주의' 압박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방위비 부담금을 2배까지 올리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통상은 물론 외교 안보에서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방위비 증액 요구로 수십 년간 미국이 주도해온 동맹체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다른 회원국들에 대해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국방비를 끌어올리라고 압박했다. 또 향후 나토의 장기적 목표인 GDP 2%의 두 배에 해당하는 4%까지 국방예산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왜 29개 회원국 중 5개국만 (GDP 2% 지출) 약속을 지키고 있느냐?"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유럽의 보호를 위해 지출을 하고 있으면서도 무역에서 수십억 달러를 잃고 있다"라면서 "2025년까지가 아니라 지금 당장 GDP 2%를 지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토는 지난 2014년 영국 웨일스 회의에서 러시아의 위협 등에 대비하기 위해 2024년까지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GDP의 2% 이상까지 올리기로 합의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까지 시간을 끌지 말고 지금 당장 방위비 증액에 나서라고 압박한 셈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국방비 지출을 GDP 4%까지 끌어올리라고 요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백악관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4% 인상 요구는 공식 제안은 아니지만, 나토 회원국 정상들에게 국방비 증액을 촉구하면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GDP 3.57%를 국방비로 지출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의 리더이자 주요 동맹인 독일에 대해서도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양자 회담을 앞두고 독일과 러시아가 체결한 대규모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인 '노스스트림' 사업을 겨냥해 "독일이 러시아에 포로로 잡혔다"고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도 "독일이 러시아에 천연가스와 에너지 비용으로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는 것이 나토에 좋은 것이냐"고 썼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도중 가진 양자 회담에서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독일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같은 발언을 전해 들은 메르켈 총리도 응수에 나섰다. 메르켈 총리는 "나는 과거 소련에 의해 통제되던 독일의 한 지역(동독)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우리가 독일연방공화국으로서 자유 아래 통일돼 있어 행복감을 느낀다"면서 "독일은 우리의 독립적인 정책을 만들 수 있고 독립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반격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우방국들에 방위비 2배 인상을 요구하며 압박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주요기사로 다뤘다. WP는 관련기사에서 유럽의 외교관들이 '과연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이 유지될 수 있을 지'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