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삼성전자 방문한 문 대통령, 이 부회장에 "투자와 일자리 확대" 요구
[서울=뉴스핌] 이석중 에디터 =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삼성전자의 노이다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부회장과 만났다.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만남이고, 5분 남짓의 짧은 시간이지만 두 사람의 만남이 갖는 상징성은 크다.
청와대는 통상적 일정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지만,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의 실질적인 최고책임자를 만났다는 점에서 재계는 큰 기대감을 갖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삼성에 대한 압박이 계속되고 있고, 이 부회장에 대한 소송도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이날 만남이 재계에 대한 정부의 화해 제스처가 아니냐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하반기에 기업인들과 자주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정부는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일자리 창출에 하반기 경제정책의 초점을 두겠다고 한다. 대기업을 적대시하기 보다 정책의 동반자로 인식하는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만나 재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 문 대통령의 투자확대 요구에 이 부회장 '화답'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만남으로써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에 대해 ‘면죄부’를 준다는 시그널이 될수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그동안의 삼성그룹에 대한 압박이 완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들어 삼성그룹에 대한 압박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노조 설립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증권선물위원회는 오는 18일 회의를 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건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방침이다.
금융계열사의 삼성전자 보유 주식 매각, 삼성 반도체 공장의 설계도면 공개 등 거의 모든 정부 부처가 삼성 현안에 매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기승전 삼성’ 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이어서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면담은 정부가 삼성 이 부회장 체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고 재벌개혁이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벌그룹 지배구조 개선과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거래관행 개선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것.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 한 당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라는 해석이다. 인도 지역일간지에 실린 ‘3만5000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는 노이다공장을 한국에 지었으면 하는 바램이 컸을 것이다.
이에 이 부회장이 “더 노력하겠다”고 답한 만큼 파격적인 투자 및 고용계획이 나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재계 대표 기업인 삼성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다면 다른 기업들도 뒤따를 게 뻔하다.
투자가 활발하고 고용이 늘어나 경제가 살아난다면 문 정부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성과다.
◆ 재계 협력 위해 규제 및 노동 개혁 절실하다
경제난 해결을 위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행동이 선행돼야 한다.
친 노동적 정책기조의 궤도 수정이 시급하다. 올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자영업자들의 몰락을 불러왔고, 내년 최저임금 인상분을 놓고도 노사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중소기업계의 하소연처럼 지역별, 업종별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 근로시간 단축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제도 보완 및 유예조치도 마찬가지다.
민간 부문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의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제2차 규제혁신 점검회의 내용이 부실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전격 취소한 점은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당시 문 대통령은 "답답하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 성과를 반드시 만들어서 보고를 해 달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연 정부가 문 대통령의 기대에 맞고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규제개혁 방안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문재인 정부는 최저 임금 인상을 통해 내수를 되살리고, 기업 투자와 고용 확대를 이끌어 내겠다는 ‘소득주도성장’ 계획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실패로 결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정의 힘 만으로 경제활력을 되찾기가 사실상 어려워진 만큼 이제는 기업들의 협조가 절실하다.
그만큼 각종 경제지표는 어둡다. 통계청의 '5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생산과 소비, 투자 등 3대 경제지표가 모두 부진했다. 성장잠재력과 맞물려 있는 기업 설비투자는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임으로써 전망을 갈수록 어둡게 하고 있다.
사상 최대의 청년 실업난에 장기간의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인 데다 미-중간 무역전쟁의 파장을 감안하면 정부와 재계 간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졌다.
노동계의 협조도 필요하다. 신규 고용을 가로막는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하고, 투자 촉진을 위한 중앙 및 지방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경제난 극복을 위해 정부와 기업은 물론 노사정이 협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