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WTO 탈퇴는 아니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국을 올바로 대하지 않는다면 "뭔가를 하겠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자동차 관세 조치가 유럽 자동차 업계에 해가 될 거라며 즉각 보복 조치를 발표한지 불과 몇시간 후 나온 발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WTO는 미국을 굉장히, 굉장히 나쁘게 대해왔다. 나는 그들이 태도를 바꾸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행정부가 트럼프의 뜻에 따라 관세를 올리고 특정 국가들과 특별 관세율을 협상할 수 있는 내용의 제안된 법안을 마련했다고 악시오스가 보도한 이후에 나온 것이다. 대통령 마음대로 관세율을 올리거나 특정 관세율을 협상하는 것은 WTO 규정 위반 사항이다.
미국은 "WTO로부터 큰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금은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고 있지만 만일 그들(WTO)이 우리를 올바르게 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뭔가를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한 트럼프 측근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WTO 탈퇴 의사를 표명했지만 심각한 제안은 아니였다고 전했다.
이날 사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가 WTO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무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는 지금 당장 WTO 시스템이 고쳐지길 원하고 있고, 그것이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이라며 "중국과 다른 나라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WTO를 이용해왔다"는 트럼프의 견해를 전했다.
뤼테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행정부가 EU 관리들과 만나 무역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유럽산 철강(25%)과 알루미늄(10%)에 관세를 부과했고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조사 결과가 나올 시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도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미 대통령은 "나는 EU와 조만간 만날 것으로 생각된다"며 "그들은 뭔가를 할 수 있을 지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잘 해결되면 결과는 긍정적일 것이고 그러지 않는다면 미국에 쏟아지는 (유럽산) 자동차에 대해 우리가 뭔가 해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EU는 지난 29일, 미국 상무부의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수입 관세가 정당화될 수 없고 미국 자동차 산업에 해가 된다며 미국산 제품에 2940억달러 규모의 보복 관세 가능성을 제기했다.
상무부는 지난 5월 23일 국가 안보를 이유로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는데 트럼프는 유럽의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10% 관세율이 미국의 것보다 4배라고 주장하면서 불공정한 무역이라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 정부가 곧 조사를 마칠 것이며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할 거라고 밝혔다. 앞서 그는 모든 유럽산 자동차에 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EU는 지난해 374억유로 규모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했다. EU의 제출 자료에 따르면 EU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에서 생산하는 차량은 290만대 가까이 된다. 이는 미국에서 12만개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으며 자동차 대리점과 부품 소매 업체를 포함하면 42만개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비상사태다. 제너럴모터(GM), 포드, 피아트 크라이슬러를 대표하는 미국 자동차 협회(AAPC)는 최근 상무부에 25% 수입 관세가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결합될 경우 연간 900억달러의 새로운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거라며 "관세 부과는 소비자들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선택을 줄일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수요도 낮출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