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잠재손실 규모 17.9조원
BIS자본비율 1.1%포인트 ↓
[서울=뉴스핌] 민지현 기자 = 지구의 평균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이로 인한 기후 변화가 인류의 삶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가 보험계약, 대출 등 금융거래 관계를 매개로 금융시스템 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자료=한국은행> |
28일 한국은행은 'BOK 이슈노트: 기후변화와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홍수, 가뭄 태풍 등 기상이변의 빈번한 발생에 따른 물적 피해가 가계, 기업 등의 담보능력 저하 및 신용리스크 증가, 보험금 청구 규모 확대 등을 통해 은행과 보험 등 금융부문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저탄소 경제로 이행하거나, 탄소배출 자산 가치에 대한 시장참가자의 인식이 급격히 변화하는 과정에서 금융시스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경우 화석연료 및 탄소배출 산업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관련 기업들(석유, 석탄, 가스, 화학 등 업종)과 대출, 투자 등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금융부문의 손실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G20, 금융안정위원회(FSB)등 국제협의체와 주요국 중앙은행 및 정책당국은 금융시스템 복원력 유지를 위해 기후변화 리스크의 영향 및 대응방안에 대한 연구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한은 금융안정국 금융규제팀 정연수 팀장과 박수련 조사역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이 이행 리스크에 노출된 정도를 추정하기 위해 광업·석유정제업·화학업에 대한 국내은행의 위험 노출 금액 규모를 산출했다.
작년 말 기준 국내은행의 광업·석유정제업·화학업에 대한 대출(46조4000억원), 주식(6조3000억원), 회사채(6000억원) 보유규모는 53조3000억원으로 총자산의 2.3%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행리스크에 따른 국내은행의 잠재손실 규모는 총자산의 0.8% 수준인 17조9000억원으로 추정됐다. 특수은행을 제외한 일반은행의 잠재손실 규모는 5조9000억원으로 총자산의 0.4% 수준으로 나타났다.
탄소배출 업종에 대한 잠재손실이 현실화할 것으로 가정할 경우 국내은행의 BIS자본비율은 평균 1.1%포인트 하락(2017년말 기준, 15.2%→14,1%)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자들은 주요국 및 국내 현황에 대한 분석 결과를 종합하여 볼 때, 현재로서는 기후변화 리스크가 그 자체로 글로벌 또는 국내 시스템 리스크의 원인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향후 지구 온난화의 진행 및 저탄소 경제로 이행하기 위한 정책 실행 양상이 불확실하고, 금융경제 환경이 취약한 시기에 기후변화 리스크가 촉발될 경우 금융시스템 충격이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금융안정 정책당국의 지속적인 점검과 대비가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한은은 "정책당국은 금융기관 건전성 감독체계에 기후변화 리스크를 고려한 스트레스 테스트, 공시기준 등을 포함하고 G20, FSB 등 국제협의체의 기후변화 리스크 관련 권고사항을 원활하게 이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jihyeon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