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취재 현장에서 일어나는 여성 언론인 성추행 하루 이틀 아냐"
[서울=뉴스핌] 김세원 인턴기자 =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취재 중인 여성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성추행 사건이 잇따르자 뿔난 언론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국제언론인보호위원회(이하 CPJ)는 26일(현지시각) 월드컵 기간에 여성 언론인이 겪은 성추행과 괴롭힘에 대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이제는 이러한 부적절한 행위를 심판해야 할 때"라는 입장을 내놓았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지난 24일 한 남성이 월드컵 방송을 준비하는 브라질 여성 리포터를 향해 달려드는 사건이 일어났다.[사진= TV 글로브 영상 갈무리] |
CPJ의 강경한 태도는 최근 러시아 월드컵을 취재하는 여성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성추행·성폭행 사고가 이어지자 각종 폭력에 노출된 여성 언론인을 보호하려는 조치로 분석된다.
CPJ 국장 코트니 라드슨은 톰슨로이터재단과의 인터뷰에서 "슬프게도 여성 언론인에게 이런 류의 사건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라며 "특히 스포츠 현장을 취재하는 여성 기자들에게 성추행은 이제 일상이 되어버렸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제 세상에 여성 언론인을 향한 폭력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여성 언론인 보호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지난 24일 월드컵 '일본 vs 세네갈'전을 앞두고 방송을 준비하는 브라질 여성 리포터에게 한 남성이 달려들어 얼굴을 들이미는 모습이 영상에 잡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놀란 기자는 몸을 피한 뒤 침착하게 남성을 향해 "다시는 이런 행동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여성 언론인을 향한 괴롭힘과 성추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7일에는 콜롬비아 리포터 줄리에스 테란이 생방송을 진행하던 중 갑자기 달려든 한 남성에게 성추행당하는 장면이 생방송으로 나가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는 당시에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사건보다 해당 영상이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후 자신이 겪은 일을 별 것 아닌 일로 치부하는 사람들의 반응에 더 상처받았다고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심경을 고백했다.
지난해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성폭행 파문을 시작으로 소셜 미디어상에서 자신이 겪은 피해 경험을 폭로하는 '미투'(#MeToo) 운동이 시작됐다. 와인스타인 사건으로 촉발된 미투 운동은 연예계를 넘어 스포츠 계로도 확산됐다.
지난 3월 브라질 여성 스포츠 기자들은 더 이상 운동 선수와 팬들의 성추행을 참을 수 없다며 '#여성을 일하게 내버려 두시오(Deixa Ela Trabalhar)'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방송 현장에서 겪은 사고들을 폭로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비영리조직 여성폭력근절(EVAW)의 이사 사라 그린은 "월드컵의 뜨거운 축제 분위기가 여성을 향한 범죄의 변명이 될 수 없다"며 "여성은 어떤 상황과 장소에 있든지 간에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을 피할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PJ는 지난달 국제축구연맹(FIFA)과 협력해 월드컵 경기를 취재하는 언론인을 각종 위협과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취재 매커니즘을 구축했다고 부연했다.
국제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비영리 단체로 언론의 자유를 추구하며, 취재 현장에서 위험에 노출된 언론인의 안전 보호를 목표로 한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