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인턴기자 = 이란의 금녀의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이란 여성들이 26일(한국시간) 2018 러시아 월드컵 B조 조별리그 포르투갈과의 마지막 경기를 이란 테헤란 스타디움에서 응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21일 스페인에서의 단체 응원이후 2번째다.
러시아 모르도바 아레나에서 이란 포르투갈전을 관전한 이란 여성 축구팬.[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란에선 지금까지 여성들의 스포츠 경기 관전이 허용되지 않았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경기장은 금녀의 구역이었다. 입장을 시도한 일부 이란 여성들은 욕설과 저주 섞인 비난과 함께 체포되기도 했다.
이란 현지매체 ISNA는 테헤란 정부가 발표한 성명을 인용해 "티켓을 구매한 모든 개인과 가족들은 스타디움에서 생중계되는 월드컵 경기를 지켜봤다"고 전했다. 아즈디 스타디움은 12만여명을 수용할수 있는 이란 최대 규모의 경기장이다.
이날 응원에 참가한 이란 여성 팬들은 자신들의 SNS에 응원 사진과 영상을 올렸다. 수많은 사진 속에는 이란 국기를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이란 여성들의 흥겨운 모습이 담겨 있다.
가족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여고생 모나 호세이니(17)는 "이 곳에 있을 수 있어 매우 기쁘다. 꿈이 실현된 듯 하다"고 밝혔다.
아즈디 스타디움에서 응원한 또 다른 여성 나자닌 세페리안(23)은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다. 축구를 사랑하고 스타디움에서 관전하는 걸 좋아한다. 여성들에 대한 금지 조치가 영원히 풀리길 바란다"는 희망을 전했다.
강경파들은 이같은 변화에 강하게 반발했다. 핵심인사 모하메드 자파르는 여성들의 경기장 관람에 대해 "수치스럽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일부 여성들이 머리 스카프마저 두르지 않고 나타나 경기장에서 노래 부르고 춤도 췄다. 이슬람 순교자들을 모욕하는 처사이자 혁명을 배신하는 행위다. 앞으로도 이런 악마같은 행위가 계속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현재 실용주의 노선을 견지하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빗장을 풀고 있으나 강경파의 이런 거센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이란 정부 당국은 여성 스포츠 관전이 영구적으로 허용될지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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