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 데이비드슨 유럽 관세 못 이겨 생산 설비 해외 이전
철강 업계 대규모 감원, 치즈 업체 수출길 막힐 위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오토바이 업체 할리 데이비드슨이 EU의 대규모 관세 시행에 따라 일부 생산 라인을 해외로 이전하기로 했다.
치즈 제조업체는 해외 판로가 막힐 위기에 처했고,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 관세 시행으로 인해 관련 업체들은 대규모 감원에 나섰다.
할리 데이비드슨 [사진=블룸버그]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주의 정책이 미국 기업들을 궁지로 몰아내고 있다. 미국 제조업과 고용을 보호한다는 논리를 앞세운 ‘아메리카 퍼스트’에 기업들은 신음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할리 데이비드슨은 대표 상품 생산 라인을 일부 해외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EU가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로 34억달러 규모의 미국 수입산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따른 대응이다.
미국산 오토바이에 대해 본래 6% 적용됐던 관세가 31%로 치솟자 할리 데이비드슨은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생산 설비 이전을 결정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매출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회사 측은 해외로 이전하는 생산 라인의 근로자 가운데 몇 명의 고용을 유지할 것인지 밝히지 않았다. 공장 이전으로 인해 상당수의 생산 인력이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시장 전문가들은 할리 데이비드슨과 같은 사례가 미국 기업들 사이에 연이어 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외 정부의 보복 관세 타깃이 된 기업들이 짐을 싸는 상황에 내몰리고, 완전 고용에 이른 노동 시장 역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할리 데이비드슨은 지난해 3만대의 오토바이를 유럽 지역에 판매했다. 브라질과 인도, 호주, 대만 등 주요 신흥국에 이미 생산 라인을 갖춘 할리 데이비드슨은 앞으로 9~18개월 사이에 유럽 수출용 제품 생산 공장의 이전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위스콘신 소재 치즈 업체인 사토리 컴퍼니는 해외 판로가 막힐 위기에 놓였다. 보복 관세로 가격 경쟁력을 상실, 해외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우려다.
상황은 이 지역의 다른 치즈 제조업체도 마찬가지. 뿐만 아니라 치즈 업체에 우유를 공급하는 농장도 깊은 시름에 빠졌다. 연쇄적인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직원 규모 500여명의 중견 기업인 사토리의 제프 슈와거 대표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수출 시장이 닫혀 버리면 젖소를 기르는 농장에서 우유를 산과 들에 쏟아 버리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제품 업계는 캐나다와 멕시코를 포함한 주요 수출 시장에서 ‘폭탄 관세’를 맞을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발을 뺄 경우 수출길이 전면 봉쇄될 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로 보호하려고 했던 해당 업계도 곡소리를 내고 있다.
파이프를 생산해 에너지 업계에 공ㄱ브하는 보루산 마네스만 파이프는 수입 관세 도입에 따라 연간 3000억달러에 달하는 비용 상승을 떠안게 됐다.
지난해 첨단 설비를 신설해 사업 확장을 추진한 테나리스 역시 수입 관세로 인해 위기에 내몰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ABC 뉴스는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으로 파이프를 포함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 사이에 대규모 감원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