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침묵을 지킴으로써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려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조용히 반기를 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사소한 경제적 성과에 대해서도 대대적으로 치켜세웠던 므누신 장관이 의도적으로 침묵을 지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관세 공격을 수긍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사안에 정통한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소식통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관세를 가하기로 결정함과 동시에 백악관 내부 전투에서 므누신 장관이 보호주의자들에게 패한 후 침묵을 지키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므누신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통해 좀 더 신중한 접근법을 취하도록 설득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지난주에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관세를 적용하기로 결정하면서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중국의 보복조치가 날아오자 다시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적용하겠다며 다시 공격을 가했다.
므누신 장관은 침묵을 통해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지키면서도 금융시장에서의 개인적 신뢰도 유지하려 하는 것이라고 소식통이 설명했다.
므누신 장관의 침묵 행보에 전통적으로 미 행정부 경제정책의 입으로 통하는 재무장관의 역할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겸 국가무역위원장 등 무역 강경파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므누신 장관은 내부 균열을 숨김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해, 다시 설득에 나설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지난 5월 므누신 장관은 중국과의 무역대화를 이끌었다. 이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잠시 휴전에 돌입하나 싶었지만, 대중 강경파이자 트럼프의 오른팔로 통했던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므누신이 ‘너무 물러 터졌다’고 비난하면서 다가올 무역전쟁의 암운을 드리웠다.
이후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므누신 장관은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달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므누신 장관은 G6 장관들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세계 최대 강국 미국의 재무장관인 므누신 장관이 ‘측은해 보이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G7 회의에서 므누신 장관은 “미국은 가장 중요한 동맹에 충실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긴장을 완화하려 애썼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후 트럼프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성명을 거부하면서 므누신 장관은 침묵 속에 자신의 노력이 무산되는 것을 지켜봤다.
백악관 내외 무역 매파들은 므누신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포퓰리즘 기조와 맞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비난은 지난 5월 20일 므누신 장관이 중국과의 무역대화를 끝내고 “무역전쟁이 중단됐다”고 말한 뒤 격화됐다.
이후 므누신 장관이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에 있어 캐나다를 면제해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는 정보가 익명의 백악관 관리를 통해 흘러나왔지만, 래리 커들로우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이는 명백한 오보”라며 부인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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