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국제유가 랠리를 잠재우기 위해 증산에 나서면 석유수출국기구(OPEC) 중 재정 상황이 가장 나쁜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가 수십억달러의 손해를 보게 된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9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블룸버그가 국제통화기금(IMF) 데이터에 기반해 산출한 바에 따르면 올해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재정적자를 기록한 OPEC 회원국은 사우디뿐이다.
사우디가 원유 수출량을 일일 약 50만배럴(bpd) 늘리면 올해 평균 국제유가가 배럴당 69달러로 1달러만 떨어져도 재정이 흔들릴 정도로 손해를 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경제성장률 추이 [자료=블룸버그] |
오는 2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되는 OPEC 회원국 및 비회원국 회의에서 사우디는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입장이다. 글로벌 수요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산유국들의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고 ‘OPEC이 유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위도 맞춰야 한다.
감산 규모를 줄여가자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제안은 이미 이란, 이라크, 베네수엘라의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가 정부 계획대로 내년에 상장하면 고유가가 지속돼야 사우디아람코의 밸류에이션이 올라감에도 불구하고, 사우디는 증산을 추진하고 있다.
지아드 다우드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중동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우디는 고유가로 혜택을 누리지만 유가를 끌어내리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역설은 단순히 경제적 이해관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선 사우디는 미국 셰일유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막고 글로벌 원유 수요를 촉진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도 달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모든 이를 만족시키는 적절한 유가를 찾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오는 22월 빈 회의에 영향을 미칠 경제적 요인들이 몇 가지 있다.
사우디는 OPEC 내 5대 산유국들 중 재정적자가 가장 막대하며, 원유로 벌어들인 추가 수익은 경제 대전환 계획에 분명 도움이 된다. 또한 출혈이 심한 외화보유고를 충당할 수도 있다.
사우디의 외화보유고는 2016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약 45달러에 거래될 당시 한 달 만에 약 100억달러가 급감했다가, 올해 3월에는 무려 130억달러 늘며 2013년 말 이후 최대폭 증가했다.
게다가 사우디의 지난달 산유량은 1001만bpd로 OPEC 회원국은 산유량을 늘릴 여지가 가장 크다.
사우디, 쿠웨이트, 이란, 이라크,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OPEC 내 5대 산유국 중 4개국은 유가가 배럴당 약 70달러 정도만 유지돼도 정부지출 목표를 맞출 수 있다.
사우디만은 예외다. IMF에 따르면, 사우디가 올해 재정균형을 맞추려면 유가가 배럴당 87달러90센트까지 올라야 한다. IMF는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평균 62달러30센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OPEC 산유국들의 경제성장세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재정에 여유가 있어 보인다.
각국 정부는 미뤄뒀던 투자계획을 되살리고 있고 새로운 경기부양책을 도입했다. 아부다비는 향후 3년 간 136억달러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고, 쿠웨이트는 자국 열도를 관광 및 무역 중심지로 개발하고 있으며, 사우디도 지난 1월에 공무원들에게 총 133억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란, 이라크,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5대 산유국에서 원유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는 비율 [자료=블룸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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