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글·사진 논란되면 손쉽게 삭제…'책임론' 고개
디지털 포렌식 등 적극적 수사기법 도입 주장도 거세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직장인 임모(27)씨는 최근 자신을 ‘헤픈 여자’라고 비방한 페이스북 글에 곤욕을 치렀다. 상대는 올해 초 헤어진 남성. 둘만의 ‘은밀한’ 일까지 들먹이며 ‘과거 있는 여자’ 운운하기에 따졌더니, ‘술김에 올린 글’이란 문자가 돌아왔다. 화가 난 임씨는 사이버수사대 신고를 결심했지만 문제의 글은 깨끗하게 지워진 뒤였다.
논란이 될 글이나 사진을 인터넷에 아무렇게나 올리고, 별일 없었다는 듯 삭제하는 세태가 난무하고 있다. 이용자가 많은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나 블로그, 인터넷 카페, 뉴스 댓글이 ‘정화’되려면 현재보다 훨씬 강력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임씨는 “사랑하는 남녀사이에 있었던 일을 관계가 끝났다는 이유로 공개하는 건 범죄”라며 “피해자를 곤경에 빠뜨려놓고 문제의 글을 삭제하는 건 정말 악질적”이라고 분개했다.
그는 “사이버수사대는 원본 캡처라도 있어야 수사가 가능하다더라”며 “SNS에 가입할 때 작성자 책임을 강제하고, 어길 시 법적으로 처벌하는 약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저작물의 책임을 강화하자는 주장은 정치인, 연예인 등 유명인 간에 벌어지는 논란과 맞물려 힘을 받는 모양새다. 지난 13일 지방선거 때 파란색 모자를 쓰고 투표한 유재석은 뜬금없이 정치공세에 휘말렸다. 한 야당 정치인은 이 페이스북 글을 자신의 계정에 공유했다가 삭제, 논란이 일었다.
방송인 유재석에 대한 페이스북 비방 글 [사진='JTBC 뉴스' 캡처] |
일단 올린 저작물을 수정이나 삭제할 수 없게 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글 게재 후 7일 뒤엔 수정이나 삭제가 불가능한 스팀잇 시스템은 실제로 꽤 주목 받고 있다. 단점도 있지만, 그만큼 저작자가 신경을 쓰고 책임감을 갖는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카카오톡 채팅방처럼 한 쪽에서 문제의 글이나 사진을 지워도 상대의 창에는 남는 시스템을 SNS 등에 적용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업체 관계자는 “근거 없고 악의적인 비방 글을 자제하라는 권고는 포털이나 SNS 등이 현재도 시행 중”이라며 “이를 무시한 악의적인 글의 경우 원본이 지워버져리면 사실상 제재하기가 까다로운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저작자 도덕성을 따지기 전에 업체나 경찰의 적극적인 인터넷 저작물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 PC나 휴대폰 등 저장매체 또는 인터넷에 남은 각종 정보를 분석, 범죄 단서를 찾는 수사기법)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최근 부쩍 늘었다.
네이버의 한 대형 카페 운영자는 “업체에선 원본이 삭제되면 난색을 표하고, 사이버수사대는 원본의 필요성만 강조한다”며 “원래 글이 지워져도 디지털 포렌식 등을 동원, 단죄하면 넘쳐나는 악의적 저작물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