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필두로 연초 이후 46억달러 자사주 매도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의 대표적인 IT 기업인 이른바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이 강한 랠리를 연출하며 뉴욕증시의 상승을 주도한 사이 내부 경영진은 공격적인 ‘팔자’에 나선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연초 이후 이들 기업의 핵심 경영진의 자사주 매도 규모는 6년래 최대 규모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12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른바 FANG의 고위 경영진은 연초 이후 총 45억8000만달러에 달하는 자사주 매도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하는 수치다.
뿐만 아니라 뉴욕증시의 기업 내부자 자사주 매입 총액이 상반기에만 143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올들어 28억4000만달러 규모로 자사주를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저커버그의 주식 매도는 자선 기금 마련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주가 지수 상승을 주도한 IT 기업들의 경영자 매도는 해당 종목의 주가가 파죽지세로 오른 것과 맞물려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경영 정보가 가장 풍부한 내부의 고위 경영진이 일제히 대규모 매도에 나선 것은 리스크/보상 차원에서 투자 매력이 저하된 상황을 반영하는 단면이라는 주장이다.
연초 이후 대형주로 구성된 뉴욕증시의 S&P500 지수가 4%를 간신히 넘는 상승 기록을 세운 가운데 넷플릭스가 90%에 가까운 폭등을 연출했고, 페이스북 역시 회원 정보 유출 스캔들로 인한 충격 속에서도 6% 선에서 상승해 시장 대비 높은 성적을 거뒀다.
같은 기간 아마존이 42%에 달하는 상승 기염을 토하며 시가총액 1조달러 돌파에 대한 기대를 높였고, 알파벳과 애플이 각각 6.6%와 11.6% 뛰었다.
특히 애플은 1분기 실적 호조에 이어 전세계 개발자 회의에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선보인 데 따라 최고치 랠리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가 월가의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미국 주식을 크게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금리 및 달러화 강세에 따른 신흥국 리스크와 이탈리아 정치권 혼란 등 굵직한 악재를 만난 해외 증시에 비해 국내 주식의 투자 매력이 높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진단이다.
무엇보다 IT 섹터의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높고, 때문에 관련 종목이 두각을 나타내며 뉴욕증시의 강세 흐름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내부자 매도는 IT 대장주의 추가 상승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흠집을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사이더인사이트닷컴의 조나단 모렐랜드 이사는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은 뉴욕증시가 하락할 때 이들 기업의 내부자들이 매도를 지속하는지 여부를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며 “이는 증시 전반의 방향에 대한 의미 있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닷컴 버블 붕괴 당시에도 내부자들이 주가 약세에 적극적인 매도 전략을 취하며 급락을 부채질했다는 얘기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