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지침 따른 서울시 미세먼지 측정소 불과 네 곳
10m 이상 설치 수두룩.."체감 미세먼지와 오차 크다"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데이터IN'은 각종 데이터에 담긴 우리 생활 속 이야기부터 사회문제까지, 숫자에 숨은 행간을 찾아내는 데이터저널리즘입니다.
◆20m 높이에 미세먼지 측정소가 될 말?
서울대연구팀이 6일 국내에서 초미세먼지로 조기 사망하는 인구가 1만2000여명이라는 공식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주목 받고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가 극에 달한 가운데, 서울시의 미세먼지 측정소가 지나치게 높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부는 대기오염 측정망 설치·운영 지침에서 대기측정소 설치 높이를 지상 1.5~10m(채취구 기준)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이를 준수한 측정소는 손에 꼽을 정도다.
종로5·6가주민센터 옥상(19.3m 높이)에 설치된 대기오염측정소 2018.06.07 [사진=임성봉기자] |
서울시가 공개한 ‘서울시 대기측정소 높이’ 데이터를 살펴보면 서울시 전체 25개 측정소 중 21개가 환경부 기준인 10m 이상 높이에 설치돼 있다. 채취구 높이를 기준으로 현재 측정소가 가장 높이 설치된 지역은 도봉구(19.6m)다. 종로구(19.3m), 중구(18.8m), 관악구(16.3m) 등이 뒤를 이었다.
10m 이내에 측정소를 설치한 지역은 구로구(8.6m), 송파구(7m), 은평구(6.3m), 성동구(5m) 등 네 곳이 전부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송파구와 성동구는 각각 올림픽공원과 서울숲에 측정소를 설치해 도심 속 미세먼지를 측정하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못 믿을 ‘미세먼지 측정소’
보행 중인 사람이 호흡하는 높이는 지상 2m를 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이 높이와 차이가 벌어질수록 서울시의 미세먼지 측정결과와 시민들의 체감 미세먼지는 차이가 난다. 고층은 대기확산이 잘 되기 때문에 비교적 미세먼지가 낮게 측정된다. 환경부가 대기측정소를 지상 10m 이내에 설치하도록 권고하는 이유다.
서울시 자치구별 대기오염측정소 설치 높이 [그래픽=임성봉기자] |
하지만 환경부의 대기오염 측정망 설치·운영 지침이 의무사항이 아닌 탓에 대기측정소 고층 설치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또 해당 지침에는 10m 이내에 미세먼지측정소 설치가 어려운 경우, 예외적으로 20m 이내에 설치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두고 있어 ‘있으나 마나 한 지침’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서울시를 포함한 대부분 지역에서 지침에 맞는 미세먼지측정소 설치 장소를 찾기란 쉽지 않다"며 "10m 이내에 설치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반면 시민들은 "대기오염 측정망 설비를 지하화하더라도 탐지봉 높이를 현실적인 1.5~2m로 낮추면 될 일 아닌가"라고 따졌다.
imbong@newsp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