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용산 상가건물 붕괴로 시민 노후건물 공포감 확산
서울 단독주택 47.4%, 공동주택 12.3%가 노후건물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지난 3일 용산의 4층 상가건물이 폭삭 주저앉으며 노후건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붕괴된 건물이 50년도 더 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시민들의 눈길은 시내 곳곳의 ‘시한폭탄’ 같은 노후건물에 집중되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노후 공동주택인 서대문구 충정아파트(위)와 서소문아파트. 각각 지난 1937년과 1972년 주민이 입주했다. [사진=김세혁 기자] |
◆82년, 47년 지나도 재건축 미뤄지는 아파트
1937년 지은 서대문구 충정아파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다. 일제시대와 광복, 6.25 동란 등 역사의 풍파를 온몸으로 버티며 무려 82년간 제자리에 서 있다.
서울시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 2013년 충정아파트를 미래유산으로 지정하려 했다. 하지만 입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시 관계자는 "공동주택이어서 주민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일일이 만나기 어려웠고 반대하는 분들이 계셨다"고 설명했다.
충정아파트 인근에는 또 다른 노후건물인 서소문아파트가 있다. 47년이나 됐지만 충정아파트에 대면 손자뻘이다. 9개 동이 곡선으로 연결된 이곳은 현대식 고층빌딩 사이로 고색창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곧 50년을 바라보는 이곳은 재개발이 요원하다. 애초에 개천을 덮고 그 위에 지어 재개발 자체가 불법이다. 서울시는 이곳도 미래유산으로 지정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인근 주민은 "사실상 시나 구청이 손을 놓은 상황 아니냐"며 "안에 사는 사람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 입장에서도 안전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노후건물 37.2%..단독주택은 50% 육박
서울시 건축물대장(2017년 1월 기준)에 따르면, 서울시내에는 총 44만9064동의 주택이 자리한다. 단독주택이 31만8440동(70.9%), 공동주택이 13만0624동(29.1%)이다.
주택들 가운데 사용승인 후 30년 넘은 ‘노후건물’은 16만7019동(37.2%)이나 된다. 특히 노후된 단독주택 비율은 절반에 육박하는 47.4%(15만991동)다.
공동주택 중 노후건물은 1만6108동(12.3%)으로 단독주택에 비해 적다. 다만, 벌어졌다 하면 대형사고이므로 불안감은 공동주택보다 크다.
서울시 노후 공동주택 현황(주택 수 기준) <그래픽=김세혁 기자> |
서울의 노후 공동주택 중 80%는 5층 미만의 연립 및 다세대주택, 즉 저층주택들이다. 양천구 신월동(592동), 마포구 아현동(400동), 관악구 봉천동(385동), 은평구 응암동(355동), 관악구 신림동(314동) 등 서울 남부지역에 많다.
비율로 보면, 강남구 압구정동이 97.7%로 압도적인 1위다. 강동구 고덕동(76.5%), 마포구 염리동(66.1), 강동구 상일동(61.0%), 마포구 아현동(60.6%)이 뒤를 잇는다.
3일 상가건물 붕괴사고가 난 용산구 역시 상위권이다. 이촌동이 49.5%로 7위, 청파동1가가 29.4%로 15위, 보광동이 28.5%로 16위다. 이들 지역은 상가건물이 무너진 한강로2가와 불과 2~3㎞ 거리다.
◆도시재생뉴딜 시급..발빠른 소규모 정비 뒤따라야
전문가들은 서울시 저층주택을 중심으로 노후현상이 두드러지지만 현재 서울시 정책이 정비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한다.
또, 정부가 주도하는 도시재생뉴딜이 답이지만 행정의 효율을 따지면 발빠른 소규모 정비나 리모델링이 따라붙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노후건물 관련 보고서에서 “면목동이나 화곡동은 단독주택을 대상으로 한 재건축 정책만 진행 중”이라며 “그나마 노후 단독주택과 연립·다세대가 밀집한 수유나 시흥동은 정비정책이 아예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뉴딜에 서울시도 포함된 것은 노후건물 정비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면서도 "도시재생뉴딜이 워낙 시간이 걸리는 사업이라 노후주택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주택정비나 리모델링 등 사업형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