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 및 보험주 일제 급락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이탈리아의 정국 혼란이 유로존 금융시장을 강타한 데 이어 뉴욕증시에 폭락을 일으켰다.
내각을 구성하지 못한 이탈리아가 이르면 7~8월 사이 조기 총선을 실시, 공동통화권을 탈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면서 은행 섹터를 중심으로 뉴욕증시에 ‘팔자’가 봇물을 이뤘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 |
29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가 391.64포인트(1.58%) 급락한 2만4361.45에 거래됐고, S&P500 지수는 31.47포인트(1.16%) 떨어진 2689.86에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37.26포인트(0.50%) 하락하며 7396.59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부터 이탈리아 정치권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 이른바 ‘이탈렉시트(Italexit,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고조되면서 이탈리아의 국채 수익률과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폭등했고, 파장은 유로존 금융시장을 거쳐 뉴욕까지 삽시간에 번졌다.
이와 함께 측근의 부정부패로 인해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불신임 위기를 맞은 스페인의 정국 혼란까지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은 2012년 소위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테미스 트레이딩의 조우 살루치 파트너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마침내 투자자들이 유럽 정치권 리스크와 이에 따른 위기 상황 전염의 심각성에 눈을 떴다”며 “이날 매도가 대규모로 이뤄진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한 투기거래자들이 이탈리아 자산의 투매에 나설 경우 금융시스템이 한 차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주가 폭락하며 이날 뉴욕증시의 약세장을 주도했다. 모간스탠리가 6% 선에서 후퇴했고, 스테이트 스테이트 역시 6% 이상 내리 꽂혔다.
씨티그룹과 JP모간이 각각 4% 이상 하락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장 마감을 앞두고 낙폭을 4% 선으로 확대했다.
푸르덴셜 파이낸셜 그룹이 5% 선에서 급락하는 등 주요 보험주도 매도 공세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스티펠 니콜라우스의 린지 피에그자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이탈리아의 정치권 리스크에 따른 충격이 점차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유럽의 경제 성장 모멘텀이 한풀 더 꺾일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유로화가 장중 달러화에 대해 10개월래 최저치로 밀리며 달러/유로 환율이 한 때 1.15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이와 함께 폴란드 졸티화와 체코 코루나화, 헝가리 포린트화, 스웨덴 크로나 등 유럽 주요 통화가 일제히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경제 지표는 호조를 이뤘다. S&P 케이스 쉴러가 집계한 3월 미국 대도시 주택 가격 지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 6.5% 급등했다.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5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28을 기록해 18년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한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4bp(1bp=0.01%포인트) 급락하며 2.785%까지 밀렸고, 같은 만기의 독일 국채 수익률 역시 약 10bp 급락하며 0.256%를 나타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