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등 이용한 촬영 성범죄 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타인이 찍은', '신체 부위', '성적 수치심' 등 일부 단어에 막혀 처벌 어려워
여성단체 "유포에 초점 맞춰 성폭력처벌법 14조 개정해야"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성폭력처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 시대가 일상 곳곳에 파급력을 미치지만, 정작 성폭력에 대처해야하는 성폭력처벌법이 시대를 뒤따르지 못하는 단점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성폭력조장법'이라는 시선도 곱지않다.
특히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심각한 결함을 안고 있어 시급히 개정해야할 과제라는 게 여성단체들의 목소리다.
2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는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을 처벌하기 위한 조항이다. 이에 따라 타인에게 수치감을 줄 수 있는 카메라 촬영 행위와 그 촬영물을 유포하는 행위 등은 성범죄에 해당된다.
최근 유명 유튜버 등이 성범죄 피해를 호소한 ‘스튜디오 성추행’ 사건 관련, 여성들의 노출사진을 음란사이트에 유포한 20대 남성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남성에게 적용된 죄목은 ‘성폭력특별법상 불법촬영물 유포’ 혐의였다.
하지만 더 많은 디지털 성범죄 사건들은 ‘성범죄’로 처벌하지 못하고 있다. 성폭력처벌법 제 14조에 따르면 범법 행위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즉, ‘자신이 직접 촬영한 경우’와 ‘신체부위가 아닌 경우’에는 처벌 대상에서 비켜 간다.
이에 2015년 11월 고시원 여성 입주자들의 얼굴과 속옷 사진 등을 몰래 찍은 40대 남성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같은해 5월 법원은 검정 스타킹 등을 착용한 여성들을 수개월 간 촬영한 20대 남성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현행법상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특정 신체부위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수원지법에서 헤어진 여자친구의 ‘성적 노출 사진’을 당사자의 동의없이 음란사이트에 유포해 기소된 남성이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받지 못한 사례도 있다. ‘타인이 찍은 촬영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디지털 성범죄’가 기술 발전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지만 현행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 법 조항대로라면 평범한 사진에서 얼굴만 떼어 노출 신체와 합성한 경우나 노출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유포 협박 등도 성범죄로 처벌받을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 해석이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헤어진 연인의 노출사진을 유포하는 건 전형적인 리벤지 포르노”라며 “현행법은 이런 경우에도 ‘직접 찍은 사진’은 동의하에 찍힌 사진으로 규정해 성범죄 처벌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개인의 취향에 따라 손이나 평범한 신체가 촬영 대상이 될 수가 있는데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 개념이 법정에서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있다”며 “여러모로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