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상회담서 文·金 '비핵화' 합의 가능성
北측 CVID 수용,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무게
남성욱 교수 "北,막판 기회 놓칠까 아쉬웠을 것"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26일 남북 정상이 예정에 없던 2차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북한의 비핵화 합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트럼트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일괄타결 핵폐기' 방안에 대해서도 남북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사실상 최종 합의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뒤 김정은 위원장과 포옹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오전 10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합의한 '비핵화' 방안에 대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는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김 위원장이 미국의 요구를 전격 수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앞서 지난 24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한 것과 관련,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통일특보는 다음날인 25일 국회 강연에서 "그동안 북미가 비핵화 방안에 대해 사전 교감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어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하면서 '선폐기 후보상'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동시 보상으로 갈 것인지 사전교감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25일 담화를 통해 “트럼프 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쌍방의 우려를 다 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조건에도 부합되며, 문제 해결의 실질적 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고 말한 것에 주목했다. 문맥상 종전보다 상당히 자세를 낮췄고, 사실상 다시 북미정상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해석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그 때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방식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시그널(신호)'을 전달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 北,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의 ‘리비아식 해법’ 수용 가능성
북한은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 고위관료들이 언급하고 있는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의 ‘리비아식 해법’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미국의 경제적 지원도 원치 않는다며 거칠게 날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동안 수차례 리비아식 해법에 선을 긋고 이른바 ‘트럼프 방식’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놓으며 북미 간 간극을 좁히려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식 비핵화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일괄타결식 비핵화를 기반으로 북한이 원하는 동시적·단계적 비핵화를 일부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이는 미국이 주장하는 비핵화 방법론인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북한이 수용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북한은 지난 22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담화를 통해 CVID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었다. 하지만 '북미대화의 판'을 깨지 않기 위해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만나 '일괄 핵폐기 담판'을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 북미, '비핵화' 합의 위한 물밑조율 속도 낼 듯...'공식-비공식 특사' 총가동할 수도
지난 26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정상회담 취소 하루만에 다시 회담 재개 가능성이 높아졌고, 2차 남북정상회담의 영향으로 북미정상회담 사전준비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CVID 수용 입장을 밝힐 경우 후속조치를 좀 더 빠르게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회담 재개를 위한 북한의 신속한 대응"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대북제재 완화를 고려할 때, 막판에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을 아쉬워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