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병폐와 불합리한 구조를 꼬집는 연극 '컨설턴트'
7월 1일까지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강승호가 1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5.15 deepblue@newspim.com |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저는 구조에 많이 휩쓸렸던 것 같아요. 구조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던 극 중 인물과 달리 구조 속의 구성원이 되려고 노력했죠. 사실 구조는 벗어나기 힘든 것 같아요. 다만, 안 좋은 구조는 또다른 새로운 좋은 구조로 바꾸도록 노력해야죠."
우연히 거대 조직에 합류하게 됐지만 그 구조의 부조리와 불합리에 분노하고 반항하는 과정을 그린 연극 '컨설턴트'(연출 문삼화). 극 중에서 주인공 'J' 역을 맡아 극을 이끌어가는 배우 강승호(26)를 지난 15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작품은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임성순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긴박감 넘치는 전개와 예상을 뒤어넘는 스토리로, 인간의 존엄성보다 경제적 가치를 우선으로 하는 자본주의 병폐를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한 개인이 느끼는 무력감과 갈등도 담는다.
"원작을 두고 있지만 새롭게 창작해서 완성한 작품이기 때문에 대본을 명확하게 파악하는데 중점을 줬어요. 작가님과 연출에게 많이 의지했죠. 연출님도 제가 그리는 모습을 많이 믿어주셨고요.(웃음) 소설에서 희곡으로 바뀌다보니까 짧은 시간 안에 이해되기 쉽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제가 확신을 가지고 더 명확하게 보여줬을 때 관객들이 더 쉽게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강승호가 1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5.15 deepblue@newspim.com |
강승호가 맡은 'J'는 자신이 쓴 시나리오대로 누군가 실제 죽음에 이르게 되고, 이후 의문의 남자 'M'에 의해 '회사'라는 조직에 합류하게 되면서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인물이다. 배우 주종혁, 주민진이 같은 역으로 캐스팅 된 가운데, 그는 '젊음'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처음에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적으로 끌어가는 인물이자, 변화가 많거든요. 그동안 다크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초반에는 강승호로서 편하게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을, 후반에는 또다른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는 거죠. 또 형들보다 나이가 어리니까 조금 더 순수하고 순진한 모습에서 후반에 더 큰 반전을 주는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조직에 합류하기 전까지만 해도 'J'는 잘 안 팔리는 무명작가였다. 그러나 외제차와 직함, 높은 연봉 등의 유혹에 져 사람을 죽이는 시나리오를 만드는 일명 '살인 컨설턴트'가 된다. 자기 합리화와 책임 회피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린다.
"실제로 저라며 살인 컨설팅 의뢰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도망쳤을 것 같아요. 저라면 못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합리화는 연기를 하면서 두려움을 떨쳐내려고 '할 수 있을거야' 정도랄까.(웃음) 그래도 최대한 저로서 그 순간에 반응해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그래야 관객 분들에게도 와닿을 것 같아서요."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강승호가 1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5.15 deepblue@newspim.com |
관객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결국 'J'는 현대 사회 속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 무대 위 'J'에게 자신을 투영하면서 많은 공감을 하게 된다고. 강승호 역시 그들을 대변한다는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다고.
"공연에 나오는 인물들 모두 현대인을 대변하고 있어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합리화하며 많이 살아가고 있는데, 단순한 이야기를 극적으로 표현하면서 관객들이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며 직접적으로 애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인거죠. 사실 무대가 희고 조명이 밝아서 관객들이 잘 보여요. 초반에는 흥미롭게 보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표정이 굳어지는 분들이 많은데, 극이 나쁜 것보다 극에 몰입해서 나오는 표정인 것 같아요.(웃음)"
2013년 연극 '팬지'로 데뷔한 강승호는 줄곧 연극 무대에 올랐다. 고등학생 때 연기를 하겠다고 결심한 후 '젊은연극제 독백대회' 부산지역 예선 통과, 중앙대 연극학과에 입학하면서 반대했던 부모님의 마음을 돌렸다. 특히 대학 생활을 하면서 스태프나 배우로 많은 작품을 하며 연기에 중독성을 느끼고 있다고.
"친구들이 했던 워크샵 공연을 보는데, 사람들이 땀 흘리며 열심히 하는 모습들에서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이 느껴졌어요. 그 감동이 잊혀지지 않아서 연기에 도전하게 됐죠. 어렸을 때 남들 앞에 서는 걸 너무 싫어했는데, 연극에 대한 욕심은 많은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 사람들을 통찰하게 되면서 제가 더 넓어지는 것 같고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 같아요. 또 인간관계가 더욱 깊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강승호가 1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5.15 deepblue@newspim.com |
데뷔한 지 5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주연으로 여러 작품을 했다. 2016년 '선물'을 시작으로 지난해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언체인', 올해 '네버 더 시너' '컨설턴트'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하면서, 팬들도 많아졌다.
"저는 감정에 솔직한 편이에요. 예의를 지키면서 할 말은 하고, 연기를 할 때도 최대한 솔직하게 하려고 하죠.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을 할 때 우미화 선배님께서 저를 잘 봐주셨던 것 같아요. 추천해주셔서 오디션 기회를 얻게 됐고, 그런 과정에서 용기를 가지게 됐죠. 공연이 끝나면 정말 힘들 때도 있지만, 팬분들께서 기다리고 계시면 정말 힘이 나요. 항상 응원해주셔서 언제나 감사해요."
더 많은 작품, 더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은 열망은 가득하다. 다만 부족한 노래 실력 때문에 뮤지컬은 제외라고. 한계를 넘어선 욕심 대신 현재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배우 강승호. 그가 걸어갈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뮤지컬은 제가 책임지지 못할 것 같아서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영화가 너무 하고 싶어요. 제가 일상적으로 보여지는 것을 좋아하는데, 영화에서는 더 일상적이고 디테일한 연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김민기의 '봉우리' 노래를 좋아하는데, 내가 생각했던 정상이 그냥 조금 높은 언덕이지 않을까,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함을 느껴야 하는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 삶에 더 책임감 있게 열심히 살아야 겠다, 제 안의 그릇을 넓혀 더 많은 것을 포용할 수 있는 배우가 되어야 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어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고 다양한 관객을 만나면서 행복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