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승계'로 경영권 승계 잡음없어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0일 별세로 LG그룹의 경영승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부터 구자경 명예회장, 구본무 회장에 이어 구광모 상무까지 4대째 승계가 이어지고 있지만 단 한번도 잡음이 없이 깔끔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장자승계, 여성 경영 참여 금지 원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LG그룹은 이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구인회→구자경→구본무→구광모로 승계가 이어졌다.
창업주 고 구인회 전 회장이 LG그룹의 모태를 이끌었다면 구자경 명예회장은 LG그룹의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그리고 구본무 회장은 LG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켰다.
구인회 전 회장은 1947년 해방 후 부산에서 락희화학공업사를 설립했고, 이것이 LG그룹의 모태가 됐다. 당시 구인회 전 회장은 화장품과 플라스틱 제품 사업에서 성공을 거두며 라디오 텔레비전 등 전자제품 생산업에 나섰다. 이것이 LG그룹이 대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기틀이 되었다.
1958년 LG전자의 모태가 되는 금성사는 1959년 국산 제 1호 라디오 A-501 생산에 성공했다. 이어 1966년에는 국내 최초로 흑백TV 생산에도 성공했다. 여기에 에너지 사업에도 뛰어들며 호남정유를 설립했다.
구인회 창업주의 바통을 구자경 명예회장이 이어받은 것은 1969년이다. 구자경 명예회장 경영 승계 과정에서 창업주 동생 구철회 씨 역할이 현재의 LG그룹 경영 승계의 바탕이 됐다.
구철회 씨는 창업주가 일본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동생들과 조카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 "나는 이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며 경영 승계 과정의 형제들 간 분란 가능성을 차단시켰다.
구인회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난 뒤 시무식에서 구자경 전 회장을 2대 회장으로 추대하는 분위기를 주도한 것도 구철회 씨였다. 그 시점부터 시작된 장자 승계 원칙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진 구자경 명예회장은 화학과 전자를 양 축으로 다양한 사업으로 규모를 넓히며 그룹규모를 확장했다. 특히 전문경영인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며 오너는 그룹 전체의 큰 방향을 잡는 역할만을 수행했다.
석유화학, 정밀화학, 에너지 등 현재 LG그룹이 유지하고 있는 사업들의 기반은 구자경 명예회장 시절 만들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구본무 회장이 회장직을 이어받은 것은 1995년이다. 구본무 회장은 LG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장본인으로 평가된다.
현재 LG 사명 역시 구본무 회장이 부회장이던 시절 강력하게 주장해 변경됐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쉽게 불리는 사명은 LG그룹의 글로벌 시장 도약 발판이 됐다.
2003년에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췄다. 이와 함께 GS그룹과 계열 분리를 통해 구 씨와 허 씨 양가의 57년 동업 경영도 마무리했다.
LG그룹의 지주사 구조는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이어지는 현 상황에 '모범답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구본무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인물은 LG전자의 구광모 상무다. 구광모 상무는 구본무 회장의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이었지만 슬하에 아들이 없던 구본무 회장이 2004년 양자로 입적했다.
현재 LG그룹은 내달 예정된 ㈜LG 주주총회에서 구광모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리기로 했다.
구광모 상무가 앞두고 있는 과제는 신사업이다. 4차 산업혁명이 빠른 속도로 전개되며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 미래 먹을거리를 두고 총성없는 전쟁이 펼쳐지는 상황에 LG그룹의 방향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현재 LG그룹은 신사업으로 차량용 전장부품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구광모 상무가 향후 그룹의 경영권을 쥐고 신사업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