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시진핑 회동 후 석탄 판매 제의 봇물
유엔, 지난해 북한의 석탄 판매 금지
북한산 석탄, 중국산 석탄보다 훨씬 헐값에 팔려
[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일부 북한 거래업체들이 중국 수입업체들에게 싼 값에 석탄을 넘기고 있으며, 중국 업체들은 북한 석탄 수출 제재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에 북한 내 항구에 석탄을 쌓아놓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3명의 중국 수입업체 소식통을 인용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세관인 해관총서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0월부터 북한산 석탄을 전혀 수입하지 않고 있다. 국제연합(UN)이 지난해 9월에 북한의 석탄 수출을 금지한 데 따른 조치다.
북한의 주요 무역 상대국인 중국은 당초 북한산 석탄을 대량으로 수입했다. 2016년 중국의 북한산 석탄 수입량은 2250만톤으로 20억달러(한화 약 2조1390억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중국 수입업체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월 베이징을 깜짝 방문하고 북미정상회담 계획이 가시화되면서부터 북한 거래업체들의 판매 제의가 쏟아졌다고 전했다.
중국 북부에서 활동하는 한 중국 수입업체 관계자는 “김정은이 베이징을 방문하던 날, 북한 업체로부터 남포항에 있는 석탄 재고를 사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 북한 업체는 수천탄의 무연탄을 가지고 있는데 톤당 30~40달러에 팔겠다고 제의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산 무연탄 가격의 4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이다.
다른 두 명의 중국 수입업체 관계자도 이 가격 수준에 제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지난 2월 구정 기간에는 가격이 더욱 내려가 톤당 15달러도 안 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자신들은 북한산 석탄을 구매하지 않았지만, 다른 업체들은 제재 완화를 기대하며 지난 몇 주 사이에 석탄을 구매해 쌓아놓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라진항에 정박해 있는 화물선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제대로 헐값
북한 석탄 생산업체들과 거래업체들은 국가 소유이며 자유 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지만 수출용 석탄의 가격과 규모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이 있다고 한 소식통은 설명했다. 또한 북한 거래업체들은 어마어마한 수출세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석탄 수출이 주요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유엔 제재가 풀리면 북한산 석탄은 중국의 철강 공장 등으로 판매될 수 있다. 중국 샨시성에서 생산되는 무연탄은 현재 톤당 1020~1100위안(미화 약 160~172달러, 한화 약 17만2421~18만5944원)에 판매되고 있다.
한 중국 수입업체 관계자는 “가격이 매우 낮지만 북한 당국이 압류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구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현재 중국 업체들이 북한산 석탄을 구입하려면 선불로 완불해야 한다. 제재 전에는 20~30%만 선금으로 지급하고 거래가 완료된 후에 나머지를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북한산 석탄을 구매한 중국 수입업체들은 중국 단둥에 소재한 중국 중개업체의 은행 계좌로 돈을 송금하며, 이들 중국 중개업체가 북한 거래업체들과 접촉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송금된 돈이 중국에서 해외로 어떻게 반출되는지는 추적할 수 없다고 밝혔으며, 로이터 통신도 중국과 북한 간 자금 거래 경로를 파악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제임스마틴 핵확산금지 연구센터의 캐서린 딜 선임연구원은 거래가 완료됐다면 일단 이는 유엔 제재를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업체들이 구매한 석탄이 아직 북한에 있더라도 구매 행위 자체가 북한이 석탄을 다른 국가에 ‘공급, 판매, 이전’해서는 안 된다는 유엔 제재를 어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유엔이 제재 이행을 모니터링한 결과 북한은 지난해 수출이 금지된 품목을 판매해 2억달러(한화 약 2138억원) 가량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과 중국 상무부는 관련 사안에 대해 아직 응답하지 않고 있으며,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를 하기 전까지는 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표명하고 있다.
세 명의 소식통은 유엔 제재가 철회되면 북한산 석탄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석탄 애널리스트인 장민은 중국 해관총서가 이르면 이달부터 북한으로부터 들여오는 화물을 허용할 것으로 수입업체들이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