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토권, 지분매각 제한은 '견제장치'일 뿐
"GM, 처음엔 철수 각오…협상 후반 입장 바꿔"
[서울=뉴스핌] 조세훈 기자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합의한 내용과 관련해 "비토권이나 지분유지와 같은 수동적인 권한보다 10년 경영정상화 투자계획이 더 강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GM이 오는 2027년까지 총 28억달러(약3조원)를 매년 한국GM에 분산투자 하는 만큼 비토권이 만료되는 10년 후에도 한국시장에 남아있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김학선 기자 yooksa@ |
이 회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0년 간 GM본사의 28억달러(약 3조원)투자가 지속되는 것이 한국GM의 계속경영을 보장하는 가장 강력한 장치"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10년 경영정상화 투자계획이 '미래 지속경영'을 보장하는 유력한 카드라고 판단했다. 산은은 GM으로부터 10년 동안 한국GM 주요 자산 매각을 반대할 권리(비토권)와 지분매각 제한을 얻어냈지만 이는 '견제장치'일 뿐이며 지속적인 설비투자가 한국 GM이 한국시장에서 계속경영을 보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2027년까지 2000~3000억 규모의 설비투자로 들어간다. 이를 활용해 자동차를 생산하겠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GM이 이번 협상을 어길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는 "GM이 처음에는 거의 철수를 각오한 것 같다고 느꼈는데 (협상) 후반 들어서면서부터 10년 이후에도 (한국 시장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협상 소회를 전했다.
그럼에도 GM이 협상을 어기면 법정 소송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신규 투자는 구속력 있는 계약"이라며 "GM이 이를 어길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산은이 소송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견제 장치도 강화됐다. 우선 한국GM의 임시 주주총회를 매 분기마다 개최해 산은이 경영상황 관련 보고를 받기로 했다. 이를 통해 신규 투자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필요시 1년에 1번 주주감사권을 행사해 GM으로부터 영업비밀을 제외한 경영상 중요한 정보를 보고받을 예정이다.
지배구조도 개편한다는 입장이다.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산은이 추천할 수 인사는 10명 중 3명에 불과하다. 이 회장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지금 말하기는 시기상조지만 지배구조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은 '먹튀'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GM 본사도 충분한 리스크를 감수한 결과"라며 "'먹튀'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산은이 투입하는 7억5000만 달러가 손실을 보려면 GM도 최소한 36억달러의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그동안 한국GM 부실의 원인으로 지적된 원가구조와 과도한 대출약정, 연구개발비 등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실사 보고서 결과도 내놨다. 부실의 원인으로는 판매량 감소와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지목됐다.
이 회장은 "2022년부터 한국GM이 흑자구조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원가는 가동률과 관계가 있는데 2022년까지 경쟁사 수준으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