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 보장 제시 및 이란 핵협정 탈퇴 앞세운 협박 등 관측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북한이 억류됐던 미국인 3명을 9일 석방했다.
지난달 노동교화소에서 출소한 뒤 평양 인근 호텔로 옮겼던 이들을 미국 품에 돌려 보낸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매끄러운 정상회담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1일까지 북한을 방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아울러 전날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격적인 회동 사실이 알려진 뒤 북한으로 급파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돌아오는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직접 알리며 북한의 결정에대해 상당한 만족감을 내비쳤다.
그는 또 미 동부시각 10일 새벽 2시 폼페이오 장관과 석방된 3명의 미국인이 워싱턴 외곽의 앤드류 공군 기지에 도착할 때 이들을 직접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은 2015년 스파이 혐의로 억류된 김동철 목사와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근무하던 중 지난해 적대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억류된 김학성 씨와 토니 김 등 3명이다.
이들은 노동교화소에서 강제 노동에 투입됐다가 지난달 출소한 뒤 평양 인근의 호텔로 이동, 건강 상태를 점검 받았다.
지난달 부활절 주말 극비리에 방북했던 폼페이오 장관이 억류 미국인과 함께 귀국하지 않은 데 대해 주요 외신과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워싱턴 정책자들은 억류 미국인 석방이 비핵화와 정상회담에 대한 김 위원장의 진정성을 표현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7~8일 전격적인 중국 방문과 단계적 비핵화라는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의 경계감을 자극했던 김 위원장이 소위 ‘당근’을 제시한 셈이다.
세간의 관심은 폼페이오 장관이 4월과 달리 미국인을 빼낸 배경에 집중됐다. 이들의 노동교화소출소 이후 폼페이오 장관이 갑작스러운 방북 길에 나설 때까지도 구체적인 석방 시기가 불투명했던 만큼 하루 사이 북측과 오간 거래의 내용이 초미의 관심사다.
무엇보다 시 주석을 만난 뒤 김 위원장이 단계적 비핵화를 재차 언급, 일괄 핵 폐기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엇박자를 낸 가운데 이뤄진 돌파구라는 점에서 외신들도 조명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국이 김 위원장에게 체제 유지라는 협상 카드를 제시했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시했다.
김 위원장이 전날 비핵화의 전제 조건으로 미국의 적대적 정책의 폐지를 요구한 점을 감안할 때 설득력이 실리는 부분이다.
폼에이오 장관이 방북 직전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탈퇴를 협박용 카드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그는 방북 전 불법 핵 프로그램이 영구적으로 폐기되기 전까지 경제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북한 측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CNN과 뉴욕타임즈(NYT) 등 주요 외신들도 이란 핵협정 탈퇴가 북한에 암묵적인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북한의 쟁점을 직접적으로 연관시켜 언급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에게 ‘본보기’가 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날 폴리티코에 따르면 북한 방문을 마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수 십 년 간 미국과 북한은 적대적인 관계였지만 이제 갈등을 함께 해소하고 전세계에 대한 위협을 제거할 수 있다는 데 대해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인 석방의 구체적인 배경이 베일에 가려진 가운데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긍정적인 움직임이라는 것이 외신들의 평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의 날짜와 장소가 결정됐다고 거듭 언급한 가운데 미국 언론들은 6월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만남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