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상승이 엔저 유도해 日증시 '껑충'
엔저 유지되려면 美증시 상승도 뒷받침 돼야
[편집자] 이 기사는 4월 25일 오후 4시51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미국 국채금리가 '3%'를 넘기면서 '잔인한 4월'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여타 아시아시장과 달리 일본 증시는 웃고 있다. 4월 들어 닛케이225평균지수가 4%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미 장기금리 상승이 달러 매수·엔화 매도로 이어지면서 엔저(低)가 진행된 덕분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갈등과 북한, 시리아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후퇴했다는 점도 엔저 '순풍'을 이끌고 있다.
◆ 美 국채금리 상승 속 두드러지는 日증시 '상승'
25일 닛케이225평균지수는 2만2215.32엔에 마감했다. 전날에 비해서 0.28% 하락하긴 했지만, 월 초인 4월 2일(2만1388.58엔)과 비교하면 3.9%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다른 아시아국가들은 1%에 못미치는 상승률을 보이거나 되려 마이너스를 기록해, 일본의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시장 관계자들은 일본 증시의 '선전' 배경에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있다고 진단한다. 24일(현지시각) 미국 금융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001%까지 상승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3%를 돌파한 건 4년 3개월만이다.
신문은 "미국 금리상승으로 인해 아시아 시장의 명암이 갈리면서 글로벌 자금이 일본 증시에 유입된 탓"이라고 분석했다. 한 일본 증권사 관계자도 "일본 주식시장에 해외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세라 레이코(瀬良礼子)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신탁은행 스트래티지스트는 "달러 강세는 달러표시 채무의 증가를 뜻해 다른 아시아 기업 수익에 서서히 악영향을 미친다"면서도 "반면 일본에겐 '엔저'를 끌어내는 재료라 일본 수출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여기에 미·중 무역갈등과 북한, 시리아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후퇴했단 점도 겹치며 엔저를 부추겼다. 오후 4시 10분 현재 달러/엔 환율은 1달러 당 109.15엔으로, 최근 2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엔화 약세)을 보이고 있다.
일본 국내 정세도 엔저에 우호적이다. 모리토모(森友)·가케(加計)학원 스캔들에 재무성 차관의 성희롱 의혹까지 겹치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지지율은 끝없이 '추락' 중이다.
낮은 지지율은 일본은행(BOJ)이 긴축카드를 꺼내기 어렵게 만들어, 양적완화를 장기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엔화 약세 지지요인이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다.
BNP파리바증권의 고노 류타로(河野龍太郎)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 시장은 아베 내각과 아베노믹스가 계속될 수 있을지를 강하게 의식하기 시작했다"며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낮은 채로 정권이 유지될 경우 BOJ가 금융 정책을 변경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말했다.
일본 엔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엔화의 미래, 美증시에 달렸다
당분간 미국 국채금리 상승세는 유지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국채금리가 미 경제 회복세에 국제 원유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발생한 만큼 기조가 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 국채금리 상승만으로는 엔저가 지속되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엔 수출기업에 따른 달러 매도 가능성 등 엔고 재료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미국 증시'다. 노모토 나오히로(野本尚宏) 미쓰비시UFJ은행 트레이더는 "달러/엔 환율이 110엔을 넘기려면, 미국 장기금리가 상승하는 동시에 미 주가도 오르는 상황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로가 아키라(諸我晃) 아오조라은행 시장상품부 부장도 "미국 증시가 상승하지 않는다면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해도 엔저가 계속되리란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장기금리가 상승해도 경기가 위축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되면 미국 증시는 상승하게 되고, 동시에 환율도 달러 매수·엔 매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진 시장의 전망은 밝다. 요시노 아키오(吉野晶雄) 아문디 재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지표를 보는 한 당분간 경제는 견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려를 느슨히해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마쓰모토 히로시(松元浩) 픽테신용투자 자산운용부장은 "올해 하반기 글로벌 경기 둔화를 경계하고 있다"며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는 미국·중국에 수출이 많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을 받기 쉬워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픽테신용투자는 지난 2~3월 운용하는 펀드에서 아시아주식 일부를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미 장기금리가 급상승해 경기를 억누를 거란 견해가 우세하면 미 주가는 하락하기 쉽다"며 "주가가 하락해 미 경기가 상승하지 못한다면 달러 매도의 재료가 된다"고 지적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