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법 79조 '금융기관외 법인 개인과 거래 금지' 저촉
연구진 "디지털화폐 도입 시사 아니다"
[서울=뉴스핌] 민지현 기자 =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은행법은 한은이 디지털화폐를 직접 유통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고, 간접 유통만을 허용한다는 거다.
가상화폐 이미지<이미지=블룸버그> |
박선종 숭실대 교수, 김용재 고려대 교수, 오석은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과장은 16일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발행 시 법률적 쟁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국은행이 개인이나 비은행 금융기관 등 기업들을 상대로 디지털화폐(CBDC)를 발행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와 CBDC 발행 후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재산권 침해 문제에 대해 검토했다.
현행법상 한은이 CBDC를 발행하고자 할 때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는 조항은 한국은행법 제79조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 조항은 '금융기관 외의 법인이나 개인과 예금 또는 대출 등의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즉, 한은이 디지털 화폐를 직접 유통할 수 없고, 간접 유통만 할 수 있다는 거다.
보고서는 다만, 디지털 화폐를 금융중개기관을 거쳐 간접 유통한다면 발행의 효율성을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향후 한은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해 금융기관 외 법인이나 개인에게 직접 유통하려면 한은법 제79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한은이 금융기관 외 개인이나 법인과도 직접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명기해야 한다는 것.
보고서는 또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할 경우 재산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산권자의 동의 없이 디지털 화폐에 대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실행될 경우 사적재산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으니 관련법에 근거 조항을 둘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한편 김영식 서울대 교수와 김동섭 한은 금융결제국 과장은 'A model of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라는 영문 보고서에서 "CDBC가 발행되는 경우 중앙은행은 CDBC에 지급되는 금리를 조정함으로써 단기 명목 금리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발행되는 상황을 가정한 후 CBDC 발행시 나타날 수 있는 통화정책 운영 방식과 경제적 후생 변화 등을 이론 모형을 통해 분석했다. 이를 위해 CBDC가 은행계좌를 통해 간접적으로 발행 및 관리 된다고 상정했으며 CDBC 보유자에게는 일정 수준의 이자를 지급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
이 모형에 따르면 CBDC를 발행하는 경우에도 CBDC에 지급되는 금리를 조정함으로써 공개시장운영 방식으로 단기 시장 금리를 조절하는 현행 통화정책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기존 경제이론 모형을 활용해 CBDC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시도한 거의 최초의 연구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향후 후속 연구에 있어 기초자료로 활용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연구진은 "본 연구 결과가 실제 중앙은행이 CBDC를 도입해야 함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도 "가까운 장래에 국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CDBC를 발행할 의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jihyeon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