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박모씨, 1999년 미성년 女조카 성폭행 시도
당시 '신학생'..2006년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안수
피해자 '목사 자질 논란' 탄원서 제출..작년 양측 합의
피해자 "파기사유 있다" 항소 vs 박 목사 "문제 없어"
[뉴스핌=김범준 기자] 종교계에서 또다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터졌다. 개신교 내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소속 현직 목사가 과거 신학생 시절 미성년자 조카를 성추행하고 성폭행을 한 의혹이 제기됐다.
피해자 이 모(여·35) 씨는 11일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20년 전 자신의 외삼촌 박 모(49) 씨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이씨는 중학교 3학년, 박씨는 여의도순복음총회신학교에 다니는 30살 신학생이었다.
본 뉴스와 직접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씨는 "1999년 11월 어느 날 하교 후 혼자 집에서 교복을 입은 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는데, 마침 옆 아파트에 살던 외삼촌이 집에 찾아왔다"면서 "(외삼촌이) 갑자기 (나를) 소파에 눕혀 가슴을 만지더니 바지와 속옷을 벗고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으로 도망가 숨으니까 삼촌은 '문 안 열면 죽여버린다, 엄마한테 말하지 말라'면서 한동안 부서져라 문을 두드리다가 1시간 쯤 뒤에 돌아갔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집안 어른들께 있는 그대로 다 말씀드렸는데 삼촌의 사과나 경찰 신고 등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도 했다.
이후 이씨의 삼촌 박씨는 지난 2006년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목사로 안수받은 뒤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이씨는 오랜 고민 끝에 지난 2015년 여의도순복음교회에 '그날'의 사건을 제보하고 박 목사의 자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교회는 2016년 초 박 목사를 사직 처리했고, 박 목사는 지난해 3월 전북 익산시에 '개척 교회'를 설립했다.
이씨는 "성추행범 박 목사에게 왜 지원금까지 주면서 개척토록 했느냐, '징계 면직'하라"면서 지난해 6월 교단 총회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친족 성추행' 피해자 이모씨가 박모 목사를 상대로 교회에 제출한 탄원서(왼쪽)와 박 목사의 입장문(가운데)과 교단 재판위원회 중재에 따른 합의서(오른쪽). <출처=피해자 이모씨 제보> |
박 목사는 지난해 교단 재판위원회에서 가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늦게나마 사과하고 용서를 빌었는데 (이씨가) 또 다시 용서를 빌라고 한다"면서 "목회를 그만두게 하는 것이 목적인데, 내가 목회자(목사)가 돼서 성추행을 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재판위 역시 박 목사의 출교 등 징계조치는 어렵다고 봤다. 다만 당 교회 신자가 오랫동안 고통받고 있으며 가해자 역시 범행사실을 인정한 점 등을 감안해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사과와 위로금 2000만원을 받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 조건으로 합의토록 했다.
하지만 이씨는 "합의금이 삼촌이 아닌 외숙모 이름으로 입금됐다"면서 "진심으로 사과하거나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나아가 '합의 파기' 사유에 해당한다면서 재판위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친족 성추행' 피해자 이모씨가 박모 목사의 부인 이모씨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합의금 2000만원을 받은 통장입출금내역(왼쪽)과 이에 따른 내용증명서(오른쪽). <출처=피해자 이모씨 제보> |
이에 박 목사는 뉴스핌과 통화에서 "법적으로 이미 합의가 된 사안이고, (입금 당시) 아내 이름에서 내 이름으로 미처 바꾸지 못했지만 약속된 금액도 다 보내며 충분히 이행했다"면서 "더 이상 문제될 게 없는데 이를 다시 들춰내면 (당사자간) 합의 위반이고 명예훼손과 배상책임 등이 따른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홈페이지 소개란에 박 목사와 그의 교회 등 관련 정보를 최근 모두 삭제했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