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아픈 어머니에게만큼은 좋은 아들로 기억되고 싶었다. 그래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공무원이라고 했으니 이제 월급이 필요했다. 하지만 반백수 처지라 돈 나올 구멍이 없다. 선택은 사채. 하지만 행복은 잠깐이었다. 곧 빚 독촉이 시작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머니 수술일이 다가오고, 병원에서는 병원비를 정산하지 않으면 수술하지 않겠노라 경고한다. 하늘에서 돈뭉치라도 떨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때 진짜 돈가방이 그의 품에 들어온다. 이것만 있으면 모든 고민은 해결되는 상황. 어떻게서든 이 돈가방을 지켜야 한다.
배우 김무열(36)이 신작 ‘머니백’을 들고 극장가를 찾았다. ‘돈가방’(Money bag)과 ‘돈이 뒤에 있다’(Money back)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품은 이 영화는 이긴 놈이 다 갖는 세상, 하나의 돈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뺏고 달리고 쫓기는 추격전의 범죄 오락물. 극중 김무열은 취준행 민재 역을 연기했다.
“무엇보다 작품 전체의 콘셉트가 마음에 들었어요. B급 코미디지만 우리 영화는 굳이 진지해 보이려 하지도 않고, 멋져 보이거나 대놓고 웃기려고 하지도 않죠. 그래서 저 역시 연기할 때 일부러 지질해 보이거나 불쌍해 보이려고 한 것도 없고요. 무엇보다 그런 패를 전체적으로 다 보여주고 시작하는 톤이 가장 마음에 들었죠.”
‘머니백’은 베일을 벗은 후 일곱 배우의 개성 강한 연기와 크고 작은 웃음 포인트로 호평받았다. 김무열의 연기 변신도 그 안에 포함됐다. 김무열은 유쾌하면서도 현실적인 민재 캐릭터를 통해 그동안 보여준 진중함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사실 워낙 상황이 빠르게 돌아가고 이야기하는 것들이 분명해서 웃기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박)희순(최형사 역)이 형과도 애드리브는 최대한 자제하고 영화가 가져가는 가벼운 톤만 찾자고 했죠. 그래서 웃기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어요. 정말 그냥 캐릭터 자체에만 집중한 거죠. 그러면서 민재가 처한 비극적 상황을 저만의 감성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했어요.”
김무열이 민재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던 특별한 이유도 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해봤기 때문이다. 그 역시 10대 후반부터 20대까지 생활고에 시달리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실제로 저도 아버지가 몸이 편찮으셨을 때 병수발을 했죠. 수술비 때문에 걱정도 해봤고요. 그러다 보니 더 감정이입이 된 듯해요. 진짜 생활고로 힘든 적도 있었죠. IMF 기점으로 가정 형편이 많이 안 좋아졌어요. 친한 친구까지 피해서 잠적할 정도로요. 그때부터 쭉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어요. 배우로 어느 정도 인정받고 수익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계속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어려운 생활을 했죠.”
민재 만큼이나 고되고 힘들었던 시간들이었다. 김무열은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딘 걸까. 그는 망설임 없이 어머니의 지원, 그리고 연기를 향한 열정이라고 답했다.
“항상 믿음으로 저를 기다려주셨어요. 만일 그러지 않았다면 제 꿈을 이어나가기 힘들었을 거예요. 물론 연기를 향한 마음도 간절했죠. 돌이켜보면 어떻게 그런 열정이 나왔을까 싶을 만큼 아득해요. 어머님의 믿음, 연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온 거죠. 얼마 전에는 친척들을 뵀는데 ‘이번 영화가 그렇게 재밌다며?’라고 하시기에 ‘누가 그래요?’라니까 엄마가 그랬대요(웃음). 제 영화 중에 제일 재밌다고. 그렇게 여전히 믿어주시고 지지해주시죠.”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모든 것이 안정 궤도에 접어든 지금, 그에게 절실한 무언가가 또 있느냐고 물었다. 이번에도 주저함은 없었다. 연기. 김무열은 단번에 연기를 꼽았다.
“언제나 좋은 연기,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절심함이 있죠. 물론 이게 갈구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어쨌든 평가는 관객 몫이니까요. 그래서 더 갈구하는 것 같기도 해요(웃음). 마시면 목이 더 마른다는 걸 알면서도 마시는 바닷물 같은 느낌이죠. 하고 싶은 연기요? 많죠. 따뜻하거나 밝은 작품, 장르로는 로맨틱 코미디, 가족극, 멜로 다 하고 싶어요. 최근에는 ‘원더’(2017)를 보고 엄청 감동받았어요. 그런 교훈적인 동화 같은 이야기도 꼭 하고 싶어요.”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리틀빅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