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히 다시 만나요"…눈시울 붉히며 손잡은 남북 예술단
짧은 준비 기간에도 긴 여운 남긴 연합무대 '우리는 하나'
[뉴스핌=채송무 기자] 오랜 겨울 끝에 찾아온 한반도의 봄을 알리는 남북 예술단의 합동 공연이 성황리에 끝났다.
남측 예술단과 북측 삼지연관현악단이 함께 만든 '남북예술인들의 연합무대-우리는 하나'는 3일 평양 보통강구역 류경정주영체육관(1만2000여 석)을 가득 메운 북한 관객들의 열광적인 호응 속에서 한국 시간으로 오후 3시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화합의 무대를 선보였다. 이날 공연은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의 사전 행사이자, 지난 2월 북측 삼지연관현악단의 방남 공연에 대한 답방 행사로 마련됐다.
남북 출연진 모두가 무대에 올라 부른 공연 피날레에선 예술단 모두의 목이 메었고,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등 남북 요인들이 모두 함께 일어나 손을 잡고 일어나 노래하는 등 감동의 무대를 연출했다.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북남 예술인들의 련환공연무대 우리는 하나'에서 남북 가수들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같이 부르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이날 공연은 공동 사회를 맡은 소녀시대 서현과 북측 방송원(아나운서) 최효성의 '우리는 하나'라는 발언으로 시작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참석한 지난 1일 공연에 비해 이날 무대는 상당히 큰 규모로 행해졌다. 삼지연관현악단과 위대한탄생 밴드의 합연으로 치러진 공연에서 정인과 알리는 북측 여가수 김옥주, 송영과 함께 '얼굴'을 불렀고, 서현은 북측의 인기가요 '푸른 버드나무'를 선보였다. 레드벨벳은 '빨간 맛'을 불렀다.
북쪽에 고향을 둔 부모를 갖고 있는 가수 강산에는 '라구요'를 부른 뒤 "방금 들려드린 곡이 아버지, 어머니를 생각하며 만든 곡"이라며 울먹였다. 객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강산에는 이어 '넌 할 수 있어'를 불렀다.
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북남 예술인들의 련환공연무대 우리는 하나'에서 남북 가수들이 '다시 만납시다'를 부르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이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으로 알려진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와 '뒤늦은 후회', 북측에서도 애창하는 노래로 전해진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과 '잊지 말아요'가 연주되면서 공연장 분위기는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선희가 북측 여가수 김옥주와 손을 잡고 'J에게'를 부르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선희는 '아름다운 강산'도 열창했다. YB밴드는 록 버전으로 편곡된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와 '1178'을 불렀다.
심지연관현악단 단원들과 북한 여가수 5명은 남북의 계몽기 가요 등을 메들리로 열창했다. 이어 지난 2005년 평양에서 단독콘서트를 열었던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이 '친구여'를 부르며 등장하자 북한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조용필은 '모나리자'도 선보였다.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예술인의 연합무대 '우리는 하나' 공연이 펼쳐졌다. 개별 공연이 끝난 후 출연진이 합동으로 '우리의 소원'을 부르자 북한 관객들이 감정이 북받힌 듯 바라보고 있다.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공연이 후반부로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이선희, 최진희, 백지영, 정인, 알리, 서현, 레드벨벳과 북측 여가수들이 북측 노래 '백두와 한나(한라)는 내 조국'을 부르자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짧은 시간의 준비 기간밖에 없었지만, 남북 예술단의 공연은 긴 여운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남북 출연진 모두가 피날레 송으로 '우리의 소원', '다시 만납시다'를 부를 때는 모든 가수들의 목이 메었고, 일부 가수들은 눈물을 흘렸다.
체육관을 가득 채운 북측 관객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로 호응했다. 모든 공연이 끝난 이후에도 북한 관객들의 기립박수는 약 10여 분간 이어졌다.
[뉴스핌 Newspim] 채송무 기자(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