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등해 자사주 추가 취득 어려워" 상장폐지 철회 결정
공개매수 가격산정 공정성 지적도...장기투자자 이익 침해 우려
[뉴스핌=김민경 기자]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 자사주를 사들이던 모아텍이 돌연 상장폐지를 철회했다. 공개매수 기대감에 모아텍 주식을 사들이던 개인투자자들은 '닭 쫓던 개' 모양새가 됐다. 연일 오르던 모아텍 주가는 공시 이후 시간외매도가 이어지면서 4% 급락했다. 장 중 한때 52주 최고 708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26일 4385원까지 급락했다.
상장기업들이 자사주를 공개매수하는 경우 대부분 공고 이전 주가에 프리미엄을 할증해 공모가를 산정한다. 모아텍 역시 공매 전일 종가인 3640원을 기준으로 33% 할증해 주당 4850원의 공개매수가를 제시했다.
<자료=대신증권 HTS> |
모아텍은 지난 23일 장 종료 후 "소액주주 지분을 확보하지 못해 상장폐지신청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공개매수 종료 후 주가가 상승해 자기주식 추가 취득이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현재 모아텍의 최대주주와 자사주를 합친 지분율은 86.62%며 소액주주 지분률은 13.38%다. 현행 거래소 코스닥시장 규정상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선 공개매수 등을 통해 소액주주들에게 환금성 기회를 충분히 부여해야 한다. 유가시장의 경우 9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 하지만 코스닥 시장은 명확한 규정이 없다.
모아텍은 지난 2016년 12월~2017년 1월에 걸쳐 자진상폐를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발행주식의 49.15%에 해당하는 자사주 704만3947주가 대상이며 매수가는 주당 4850원으로 결정했다. 공개매수 전일 종가인 3640원을 기준으로 33% 할증한 가격.
이달 모아텍이 상장폐지 신청을 철회함에 따라 공개매수를 바라보고 있던 개인투자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시 이후 주가는 시간외단일가 4% 하락에 이어 26일 하루 사이 10.51% 급락했다.
이처럼 자진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기업과 투자자간 이해가 상충되는 경우는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선 모아텍과 아트라스BX 2개사가 공개매수가가 너무 낮다는 이유로 자진상폐가 중단되기도 했다. 한국지배구조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총 24개 상장법인이 자진상장폐지를 목적으로 총 34건의 공개매수를 실시했다. 공개매수 이후 24개사 중 18개사가 비상장회사로 전환됐고 4개사는 목표 지분 확보에 실패해 상장폐지가 불발됐다.
다만 기업과 투자자의 공개매수가격에 대한 온도차가 뚜렷한 가운데 가격 산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전무하다. 금융감독원 지분공시팀 관계자는 "공개매수 이유 자체가 상장폐지나 지배구조 전환, 경영권 안정 목적 등 다양하기 때문에 경우에 맞춰서 공개매수 조건 중 가격을 어떻게 산정하는지 공시하도록 돼 있다"며 "일정 비율 이상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프리미엄을 얼마나 제시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없다"고 설명했다.
송은해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이에 대해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공개매수 가격산정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향에 대해 추가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보 비대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공개매수 가격과 시점을 결정할 권한은 기업의 내부사정을 잘 아는 대주주와 경영진에게 있기 때문에 시장가격에 의존하는 방식은 일반주주들의 이익을 적절히 보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한편 한국거래소에선 기업이 공개매수 등 투자자 보호를 충분히 이행했는지 검토해 상장 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유가시장의 경우 9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지만 코스닥은 명확한 규정이 없다.
코스닥본부 상장제도팀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환금성 기회를 충분히 부여했는지 여부 등을 감안해 기업심사위원회에서 검토한다"며 "지분을 92~93%만 확보한 경우라도 기업이 공개매수 이후 동일 가격으로 사들이는 기간을 6개월~1년여동안 부여하는 등 투자자 보호에 충분한 노력을 했다고 인정받아 상장을 폐지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시장과 다르게 코스닥 상장폐지에 얼마만큼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에 대해선 "시장 특성에 맞는 탄력적 운영을 위해"라고 덧붙였다. 거래소 관계자는 "소액주주가 많은 코스닥 시장 특성상 투자자 피해가 극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이 투자자 보호에 얼마나 앞장섰는지 여부를 우선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경 기자 (cherishming1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