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주도 문화융성 상징성 갖춰...실효성 높일 후속대책 있어야
[뉴스핌=김기락 기자] 청와대가 헌법개정안을 통해 문화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장하기로 하면서, ‘제2의 김기춘·조윤선’ 사태를 예방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청와대는 21일 관(官)주도의 ‘부패융성’이 아닌 민(民)주도의 ‘문화융성’의 시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관의 통제와 지배가 군림해온 과거 정부의 문화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헌법개정안을 ‘국가는 문화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정책 집행에 활용한 혐의로 수감 중이다.
1심에서 재판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김 전 비서실장에게 징역 3년, 조 전 수석에게 무죄를 판결했으나, 2심에서 형량이 늘었다. 2심 재판부는 김 전 비서실장에 징역 4년을, 조 전 수석에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들과 검찰은 상고해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박근혜 정부에 앞서 이명박 정부에서도 블랙리스트가 존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과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총 82명으로, 당시 정부가 이들을 정부 비판 세력으로 간주하고 활동을 방해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이외수·조정래·진중권 등 문화계 6명 ▲문성근·명계남·김민선(김규리) 등 배우 8명 ▲이창동·박찬욱·봉준호 등 영화감독 52명 ▲김미화·김구라·김제동 등 방송인 8명 ▲윤도현·신해철·김장훈·양희은 등 가수 8명 등이다.
구체적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은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의 퇴출 등 압박 활동을 지시하면서, 좌파연예인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조직했다.
이를 통해 원 전 원장 등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이들에 대한 방송출연 중단, 소속사 세무조사 추진, 비판 여론 조성 등 전방위적인 퇴출 압박 활동을 해왔다.
다만, 일각에선 헌법개정안만으론 자유로운 문화 융성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헌법 이상의 법정부 차원과 법 개정 및 세부적인 시행안이 마련돼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서울 서초동 한 법조인은 “이날 헌법 개정은 민 주도로 문화를 융성하겠다는 상징성이 있다”면서도 “헌법 외에도 정부, 기업, 사회 전반에 걸쳐 표현의 자유가 확대돼야 하고, ‘블랙리스트’처럼 불평등한 정책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