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당뇨병 치료하는 돼지 장기 상용화 눈앞
2018년 초 첨단의료재생법 통과되면 성장 기폭제
[뉴스핌=이민주 전문기자] "위기는 언제나 기회입니다. 제 인생을 돌아보니 그랬고, 엠젠플러스에도 그럴 겁니다. 엠젠플러스를 당뇨병 치료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 키우겠습니다."
심영복(55· 사진) 엠젠플러스 대표는 지난 1997년 8월 코리아본뱅크라는 의료기기 수입 회사를 창업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4세. 종근당 영업사원으로 일하다가 의료기기 사업이 유망하다고 판단해 전 재산을 투자했다. 하지만 뜻대로 풀리진 않았다.
심영복 엠젠플러스 대표는 "돼지는 유전적으로 인간과 매우 유사하고 생산비가 저렴하다"며 "인간 인슐린을 분비하는 복제 돼지로 당뇨 치료의 새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 엠젠플러스. |
◆ 창업 석 달 만에 IMF 사태...정면돌파로 전화위복
창업한 지 불과 석달 후 IMF 사태가 닥치면서 심 대표는 일생일대의 위기에 처한다.
"900원대 환율이 순식간에 1900원대까지 급등하더군요. 900만원짜리 의료기기를 두 배가 넘는 1900만원에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병원이나 대학 연구실에서 의료기기를 공급해 달라는 전화가 오면 오히려 두려웠죠."
하지만 심 대표는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한국이 망하지 않는 한 IMF 체제는 언젠가 끝날 것이라고 봤습니다. 손해를 보고 의료기기를 거래처에 공급했습니다. 단 IMF 체제가 끝나더라도 거래처를 바꾸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죠. 그래서 거래처를 빠르게 늘릴 수 있었어요."
심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2000년 말 IMF를 졸업하자 거래처를 300여 곳 확보하게 됐다. 코스닥 기업 셀루메드는 이렇게 탄생했다. 심 대표는 셀루메드의 최대주주다. 우호 지분을 포함해 10%가량 보유중이다.
그런 그가 바이오 코스닥 기업 엠젠플러스를 인수하면서 제2의 도전에 나선 것이 2015년 8월. 그는 "지난 2년여는 가시밭길의 연속이었지만 단 한 번도 성공을 의심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엠젠플러스에 2018년은 새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엠젠플러스는 인간 당뇨병을 치료하는 돼지 췌도(膵島, Pancreas)를 개발한다. 췌도란 위(胃) 뒤쪽에 있는 약 15㎝의 가늘고 긴 장기(臟器)를 말한다. 여기에 이상이 생기면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아 당뇨병이 생긴다. 당뇨병 환자의 상당수가 췌도를 기증받지 못해 사망한다. 엠젠플러스는 2017년 10월 연세대와 협업해 세계 최초로 인간 인슐린을 분비하는 복제 돼지를 개발했다. 돼지는 유전적으로 인간과 매우 유사하다.
엠제플러스가 생산한 인슐린 분비 돼지. 사진 제공 : 엠젠플러스. |
◆ "270만 당뇨 환자에게 희망될 것"
이르면 올해 상반기로 예상되는 첨단의료재생법의 국회 통과도 이종장기 상용화에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이 법에는 면역세포, 줄기세포, 유전자 치료 등 첨단기술에 기반한 치료의 경우 현재의 약사법을 적용하지 않고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승희(새누리당), 전혜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
"당뇨병은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줍니다. 2016년 국내 당뇨병 환자는 270만명으로 5년간 21.9% 증가했고, 2012~2016년 당뇨병 진료비는 8조5110억원으로 세금 부담이 막대하죠. 엠젠플러스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 회사의 캐시카우인 프린터 현상기 유통 사업도 거래처가 삼성전자에서 HP(휴렛패커드)로 바뀌면서 시장 규모가 20배 늘어날 전망이다. 엠젠플러스는 100% 자회사인 중국 성우시구유한회사를 통해 프린터 현상기를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에 공급해 왔는데, 이 사업부를 글로벌 기업 HP가 인수했다.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의 시장 규모가 2조원대였지만 HP의 경우 40조원대여서 시장이 20배 커질 전망이다.
엠젠플러스는 더욱이 3년째 적자를 끝내고 2017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심 대표는 올해 의료기기 사업을 영위하는 셀루메드와 바이오기업 엠젠플러스가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하는 작업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셀루메드가 생산하는 골이식재 '라퓨젠 DBM'은 2018년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심사 재접수가 이뤄질 예정이며, 이후 상용화가 예상된다.
"2015년 당시 엠젠플러스의 최대주주가 횡령 혐의로 구속되고 회사가 매물로 나왔을 때 이 회사를 주목하는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저는 40여 년간 쌓아온 이 회사의 바이오 노하우가 언젠가는 빛을 발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인생을 살아보니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견하는 자가 결국은 큰 성취를 하더군요."
[뉴스핌 Newspim] 이민주 전문기자 (hankook6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