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통해 장기집권 기반 구축
개혁개방 온건 성장 자신감 피력
[뉴스핌=백진규 기자] 중국 연중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20일 리커창 총리의 전인대 폐막 내외신 기자회견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양회는 내부적으로 시진핑 1인 절대권력을 강화하고 장기집권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외부적으로 안정적 경제성장과 군사력 강화를 천명했다. 개헌 및 조직개편 등 다양한 이슈를 처리한 올해 양회는 예년보다 5일이나 늘어난 18일간의 일정으로 치러졌다.
이날 오전 9시(현지시간) 열린 전인대 폐막식에서는 ▲2018년 정부업무보고 ▲2017년도 예산집행 및 2018년도 예산 결의안 ▲전인대 상무위원회 업무보고 ▲최고인민법원·최고인민검찰원 보고 ▲국민경제사회발전계획안 초안 등이 통과됐다. 또한 전인대 개막일인 5일 리커창 총리가 발표한 ‘6.5% 내외’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도 함께 확정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오전 폐막식 연설에서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한 뒤 서방 국가들이 기도하는 어떠한 국가 분열행위도 실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전 10시 반(현지시간)부터 2시간 30분 가까이 진행된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리커창 총리는 개혁개방 확대 및 재산권 보호를 지속하는 한편 외국인 직접투자를 지원하고 관련 법규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은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중미 무역전쟁은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협상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반도 정세와 중국을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각국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새로운 진전이 있길 바란다”고 답했다.
양회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바이두> |
◆ 1인 절대권력 기반 확립, '시황제 시대' 개막
시진핑 국가주석은 20일 폐막연설에서 중국의 위대한 역사적 업적을 언급하면서 “중국의 권력은 인민에 있으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한 역사적 과정을 함께 나누겠다”고 강조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과 함께 시 주석이 강조해 온 국가발전 사상으로, 올해 양회에서 개헌을 통해 중국 헌법에 명기된 내용이다.
지난 11일 중국 전인대는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제출한 헌법수정건의서를 찬성 2985표 반대 2표로 통과시켰다. 개헌안은 ‘국가 주석과 부주석은 두 번 연속 연임할 수 없다’는 조항을 삭제해 시 주석 장기집권을 암시했으며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함께 시진핑 이름을 중국 헌법에 명기했다.
왕치산 국가부주석(왼쪽)과 시진핑 국가 주석(오른쪽) <사진=블룸버그> |
조직개편과 인사에서도 시진핑 측근들의 역할이 강화됐다. 지난해 19차 당대회에서 물러났던 왕치산(王岐山) 전 중앙기율위 검사위원회 서기는 부주석으로 화려하게 복귀, 시진핑의 오른팔을 담당할 전망이다. 일반 공산당원 신분으로 돌아갔던 그가 국가 부주석이라는 최고위 직책을 맡은 것은 중국 역사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시진핑의 경제복심으로 알려진 류허(劉鶴) 중앙 재경 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은 부총리로 승격돼 집권2기 실질적인 경제 사령탑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만큼 리커창 총리의 역할은 축소되는 구조다.
개헌을 통해 신설된 국가감찰위원회의 주임은 왕치산의 최측근인 양샤오두(楊曉渡) 정치국 위원이 맡는다. 집권 1기에서 반부패 드라이브를 통해 권력을 강화한 시진핑은 2기에서 반부패 운동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전인대는 19일 류허와 함께 한정(韓正) 상무위원, 후춘화(胡春華) 정치국 위원, 쑨춘란(孫春蘭) 정치국 위원을 국무원 부총리로 임명했다.
16년간 인민은행장을 역임한 저우샤오촨(周小川)이 은퇴하고, 이강(易綱) 부행장이 행장에 올랐다. 온건 개혁주의자로 꼽히는 이강은 전임자 저우샤오촨과 마찬가지로 친시장적 정책을 이어갈 전망이다.
시진핑 장기집권에 일부 해외 유학생들은 ‘내 주석 아냐(Not My President)’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 등 일부 외신들은 “시진핑 장기집권이 중국의 안정적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시진핑 1인 체제를 기정사실화했다.
◆ 6.5% 내외 중저속 온건 성장 자신
리커창 총리는 13기 전인대 개막일인 3월 5일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2018년 GDP 성장률 목표치를 6.5% 내외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2017년 목표치와 동일한 수치로, 질적 성장 지속을 의미한다. 지난해 중국은 7년만에 GDP 성장률이 반등하며 6.9% 성장을 기록했었다.
이는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상태)사회 건설 목표와 일자리 창출을 고려한 수치로 풀이된다. 중저속 성장에 맞춰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지난해보다 0.4%포인트 낮은 2.6%로 설정했다. 도시등록 실업률은 4.5% 이내로 통제하고, 도시 신규 취업목표는 최소 1100만명 이상으로 잡았다.
국방비 지출은 대폭 확대한다. 중국 정부는 국방 분야에 전년동기대비 8.1% 증가한 1조 1069억위안을 투입할 예정이다. 리 총리는 “지속적인 국방개혁을 통해 시진핑 신시대에 걸맞는 강군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전인대에서 정부공작보고를 발표하고 있는 리커창 총리 <사진=신화사> |
올해 양회에선 ▲개혁개방 ▲소비 활성화 ▲농촌 발전 ▲혁신 국가 건설 등을 주요 키워드로 제시했다. 공급측 개혁은 강화하고 주택 공급을 늘려 부동산 안정도 지속한다. 환경오염 빈부격차 해소 등 목표도 함께 내놓았다.
민생 안정을 위해 개인소득세 부과기준을 높여 세금 부담을 줄이는 한편, 스마트폰 데이터비용을 낮추고 중국 내 성(省)별 데이터 로밍 비용은 폐지하기로 했다. 의료보험 보장 비용을 인당 40위안씩 늘리고 전국 의료보험망을 연계한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공평한 의무교육을 위해 농촌산간지역 소외계층을 지원하고, 미취학 아동의 양육 부담도 줄일 계획이다.
올해 양회는 어느 해보다도 언론과의 접촉을 늘리며 소통을 강화했다. 고위 관료들은 즉석 기자회견인 ‘부장통로’를 통해 다양한 정책을 소개했다. 왕쥔(王軍) 국가세무총국 국장은 모두 18개에 달하는 세제개편안을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고, 샤오야칭(肖亞慶) 국자위 주임은 강도 높은 국유기업 개혁을 시사했다.
양회 무대에 참석한 주요 기업인들도 다양한 발언을 쏟아내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둥밍주(董明珠) 거리전기 회장은 개인소득세 부과기준을 1만위안으로 높여 직장인의 부담을 줄이자고 했다.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은 블록체인을 육성하되 가상화폐는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주요 IT 기업인들은 A주 복귀 상장 추진을 언급해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뉴스핌 Newspim] 백진규 기자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