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근로시간 단축 적용 전까지 포괄임금제 지도지침 마련
사무직 노동자 41.6% 포괄임금제 적용…초과근무 양산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정부가 상반기 중 포괄임금제 지도지침 발표를 준비중에 있지만, 노사간 갈등 등 사업장 내 혼란을 우려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부가 포괄임금제 지도지침을 마련할 경우, 포괄임금제를 적용한 수많은 사업장들이 대법원 판례에 맞게 임금체계를 수정해야 하는 혼란이 예고된다.
포괄임금제는 기본급에 수당과 상여금 등을 연봉에 포함시켜 매월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근로자가 초과근무했을 경우에도 근로시간을 일일이 재지않고 매달 일정한 금액을 시간외 근로수당으로 주는 것이다.
영업사원이나 운수업 등 정해진 사업장 밖에서 주로 업무가 이뤄져 기업이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확인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거나 경비직처럼 업무 중 대기시간이 대부분인 경우 등이 포괄임금제 적용대상이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이 6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기자실에서 노동시간 단축입법 개정안 주요 내용 및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 정부 "포괄임금제, 대법원 판례에 맞게 손봐야"
정부는 포괄임금제 자체에 대한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대법원 판례에 맞게 해당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포괄임금제 개선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해당 제도가 상당수 사업장에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포괄임금제는 연장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수당이 정해져있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연장 근로가 아무리 길어져도 정해진 기본급 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사내 연장근로 분위기를 양산해왔다는 비판도 받는다.
특히 포괄임금제 예외 대상이 아닌 상당수 일반 사무직의 경우도 포괄임금제 적용을 받고 있어 비판의 논란이 거세다. 보통의 사무직 직원의 경우 관리자의 통제하에서 근무하고, 출퇴근 카드 등을 이용해 근무시간을 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사무직 직원들이 포괄임금제 테두리에 갖혀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무직 노동자의 41.6%가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직 절반 가까이가 포괄임금제 적용으로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 포괄임금제 지도지침 상반기 중 발표 예정…"사업장 제도개선 노력이 관건"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는 올해 7월 전에 포괄임금제 관련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한 지도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법원 판결에 의해 준용되는 제도"라며 "대법원 판결에 따라 근로시간 책정이 어려운 경우 유효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곳이 많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포괄임금제가 기본적으로 성립하려면 근로시간 측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업장과 노사간에 명시적으로 합의된 경우에만 유효하다"면서 "하지만 이를 어기는 사업장이 꽤 있는 사업장이 꽤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고 조만간 세부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0년 대법원 판례에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만 포괄임금제 적용을 허용하고 임금산정 편의에 의해서는 해당 제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괄임금제는 업종이나 직종에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김왕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포괄임금제 자체는 감시단속 근로환경에 따라 적용된다면 허용될 수 있는 제도"라며 "현장에서 이러한 제도의 취지에 맞게 적용될 수 있도록 지도지침을 마련해 시행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왕 정책관은 "포괄임금제 지도지침 마련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사업장의 제도개선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며 "지도지침이 마련된 뒤에는 포괄임금제 사업장에 대한 근로환경도 바뀔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성훈 기자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