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만에 하나 북핵 용인 결코 안돼
북핵해결 '쌍중단' 중국 역할 유효성 역설
[뉴스핌=황세원 기자] 북한과 미국이 5월 북미 대화에 합의하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변화하는 가운데, '적극' 환영 입장을 밝힌 중국 정부와 달리 민간에서는 ‘차이나패싱’ 우려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중국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한반도 문제 관련 중국이 소외되는 것을 우려하며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중국인 사이에서는 한국 전쟁 당시 중국이 ‘항미원조(抗朝援朝, 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지원)’ 명분으로 북한을 도왔는데 북한이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꾸면서 중국만 허탈한 신세가 됐다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정보 공유 커뮤니티 관차저(觀察者, 관찰자)에서 라오슝(老熊)이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인 유명 칼럼니스트가 “북미 대화 합의는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대체 불가한 역할을 증명해 보인 것”이라고 주장해 주목된다.
‘관찰자’는 중국 국내외 각종 이슈 관련 해당 분야 전문가가 모여 의견을 교류하는 플랫폼으로, 스정푸(史正府) 상하이 퉁화투자그룹(上海同華投資集團) 회장, 장쥔(張軍) 사법부 부장, 후안강(胡鞍鋼) 칭화대학(清華大學) 국정 운영 연구원 원장 등 현지 각계 전문가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 차이나패싱 지나친 우려, 한반도 이슈 관련 중국 역할 ‘대체불가’
라오슝 칼럼니스트는 ‘북미 해빙 모드, 중국인이 우려하는 주요 문제와 이에 대한 생각’이라는 게시글을 통해 최근 북미 관계 해빙 조짐에 따라 제기되는 차이나패싱 우려는 지나친 기우라고 말했다.
그는 “북미 대화 합의는 중국이 일관되게 주장해 온 ‘쌍중단(雙中斷,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도발과 한미 합동군사훈련 동시 중단)’이 옳은 처방이었음을 증명한 것으로 중국의 대외 외교 정책이 합리적이라는 것을 보여줬다”며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이 대체 불가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일부 중국인이 왕언푸이(忘恩負義, 의리를 저버렸다) 등의 표현을 사용, 배신감을 표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국제 관계에서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며 “과민 반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미국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자국 이익을 앞세워 정책 스탠스를 수정했고 북한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김정은이 필요에 의해 미국에 손을 내밀었지만, 핵이나 대량 살상 무기 등을 포기했을 때 리비아의 카다피 같은 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지 일각에서 ‘항미원조’에 대한 근본적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 것과 관련, 칼럼니스트는 “중국이 한국 전쟁에 참여해 지키고자 한 것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통제력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닌, 국경 수호와 ‘백 년 치욕’의 역사 종식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다면 이는 사실상 미국이 무력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65년전 항미원조의 의미를 다시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북미 화해 분위기, 다만 불확실성 여전히 많아
일부 중국인은 차이나패싱 외에도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 및 한ㆍ미ㆍ일 3국의 북한 경제 영향력 확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현지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 핵 보유 ‘절대 불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언제 어느 시점에서 북한과 예상 밖의 타협을 할지 알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할 경우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 핵 무장이 현실화 될 수 있고, 이 경우 중국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라오슝 칼럼니스트는 “핵확산 방지와 관련해서 미국은 '핵 보유국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며 “미국이 핵확산을 용인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잘라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 동맹국 중 완전한 상태의 핵 보유국은 사실상 프랑스밖에 없다. 영국은 미국 핵 억지력과 결합하는 방식의 최소한의 핵 억지력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정학적으로 극도로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는 이스라엘조차도 수소탄이 아닌 원자탄 개발만 가능하다.
라오슝 칼럼니스트는 “한국과 일본은 몇십 년간 미국 핵우산 보호를 받아왔다”며 “만일 이들 국가가 핵우산 의존이 아닌 자체 핵무장을 하겠다고 나선다면 미국은 ‘패권 시대’가 끝났음을 전 세계에 알리는 꼴이 될 것”이라며 “미국은 그런 상황이 벌어지길 원치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북미 대화 이후 한ㆍ미ㆍ일 3국의 북한 경제 영향력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는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다. 라오슝 칼럼니스트는 “북한이 중국 개혁개방 초기 모습을 흉내 내고 있다고는 하나, ‘개방’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고 불확실성도 많다”며 “북한 경제가 일정 수준까지 발전하고 개혁ㆍ개방이 이뤄진 후에 걱정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황세원 기자 (mshwangs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