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수정, 국가주석 2연임 금지 조항 폐지
중국부흥 위한 조치 vs 개인 숭배 우려
[뉴스핌=백진규 기자] ‘국가주석 2연임 금지’ 조항이 개헌으로 폐지되면서, 시진핑 장기집권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중국 언론과 학자들은 개헌에 찬성하는 논평을 내놓는 반면, 일부 공산당 원로와 학자들은 해외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11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건의한 헌법수정건의서를 통과시켰다. 찬성 2985표 반대 2표 기권 3표로, 99.8%의 압도적 찬성률을 기록했다.
개헌안은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부주석의 임기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임기와 같으며, 두 번 연속 역임할 수 없다’는 기존 헌법 3장 제79조항에서 ‘두 번 연속 역임할 수 없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역시 헌법에 삽입됐다. 모두 시 주석이 강조해 온 국가발전 사상들로,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함께 시진핑의 이름이 중국 헌법에 명기되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국가기관인 감찰위원회(監察委員會) 설립도 명시됐다. 2013년 집권 이래 반부패 정책을 통해 권력을 강화해 온 시 주석의 권한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1차 회의 현장 <사진=바이두> |
◆ 예정된 개헌안 통과, 시진핑 1인 체제 구축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19차 당대회를 통해 집권 2기 출범을 알리면서 차기 지도자를 지명하지 않아 장기집권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했다. 덩샤오핑이 개인독재를 막기 위해 시작한 ‘격대지정(隔代指定, 현재 지도자가 차차기 지도자를 미리 정하는 것)’ 원칙을 깬 것이다.
개헌안 통과는 예견된 결과였다. 전인대는 전체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투표를 진행하지만, 관례상 통과가 확실시 돼 있었다. 2004년 이래 14년만의 개헌을 통해 시진핑 장기집권의 법적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원칙적으로는 종신집권도 가능하게 됐다. 개헌 전까지 중국 국가주석은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해 10년의 임기가 보장된 자리였다.
개헌안 통과 직후 언론들은 발 빠르게 개헌안 당위성을 설명하고 나섰다. 관영통신 신화사(新華社)는 “11일 헌법개정안이 통과되고 인민대회당이 열렬한 박수소리로 가득 찼다”며 “개헌안 통과를 계기로 사회주의 법치정신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사설에서 “개헌안 통과는 시대적 흐름과 민심을 따른 것”이라며 “이는 중국특색사회주의를 실현하고 민족부흥을 달성하기 위한 법적 보장”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학자들도 ‘시비어천가’ 합창에 나섰다. 탕웨이젠(湯維建) 런민대학교(人民大學) 교수는 “이번 개헌은 당과 인민과 국가의 의지를 하나로 모은 것으로 중국 헌법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평가했다.
위즈강(於誌剛) 정파대학교(政法大學, 정법대학교) 부교장은 “개헌안은 신시대 헌법 근거를 마련했으며, 이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다수 중국 네티즌들도 웨이보(微博)와 댓글을 통해 개헌안에 동의한다고 밝히고 있다.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시진핑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한 네티즌은 "중국 인민들이 개헌에 찬성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중국 헌법 이미지 <자료=인민일보> |
◆ ‘개인 숭배 막아야’ 우려 목소리도 제기
12일 바이두 토론방 등 주요 포털들은 토론방에서 ‘개헌’, ‘시진핑’ 등 검색을 ‘관련 법규에 따라’ 차단하고 있다. 비록 중국의 언론 통제로 내부에서는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지만, 시진핑 독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개헌안 통과 직후 진행된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로이터통신 기자는 “주석 임기제한 철폐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중국이 다시 정치혼란에 빠지고 정권투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고 질문했다.
이에 전인대 법제공작위원회의 선춘야오(沈春耀) 주임은 “제79조항(주석 임기제 조항) 수정은 당·군대·국가의 삼위일체 영도 직무를 하나로 집중시키기 위한 것으로, 이는 국가정세와 실제상황에 부합하는 것이자 오랜 실천적 탐색에서 나온 결과”라고 답했다.
이어 선 주임은 “중국공산당은 인민과 함께 위대한 자아혁명을 실천할 수 있음을 증명해 왔으며, 9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왔다”고 강조했다.
마오쩌둥의 비서로 일했던 리루이(李銳) 전 공산당 중앙조직부 상무부장은 홍콩 명보(明報)에서 개헌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은 문화적으로 개인숭배에 빠지기 쉽다. 마오쩌둥을 만들었고 시진핑도 있다”며 “오늘날 시진핑을 찬양하지 않는 성(省) 간부가 없다”고 탄식했다.
이어 그는 “지금의 중국은 마오쩌둥때와 달리 인터넷이 있다”며 “중국이 언제 다른 국가들처럼 될 수 있을까 라는 답도 여기에 있다”고 답했다.
중국 저명 물리학자 허쭤슈(何祚庥)는 미국 중문매체 보쉰(博訊)과의 인터뷰에서 “덩샤오핑이 물러날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가 계속해서 중국을 이끌어가길 바랬으나, 덩샤오핑은 지도자의 퇴임 제도 정착을 위해 스스로 물러났다”며 개헌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개헌을 앞두고 톈안먼(天安門, 천안문) 민주화운동 학생지도자였던 왕단(王丹) 우얼카이(吾爾開)를 포함한 16명은양회 개막 전 개헌 반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주석 2연임 금지조항 폐지는 위안스카이(袁世凱)가 복귀한 것과 같고, 역사의 후퇴이며, 40년 개혁개방에 대한 철저한 부정이다”고 비난했다.
인민일보 제작 공산당 홍보영상 '공산당인의 사명을 위해'에 등장한 시진핑 주석 <사진=인민일보> |
[뉴스핌 Newspim] 백진규 기자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