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부터 유럽까지 연초 이후 리츠 눈덩이 손실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뛴 데 따라 1조1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 시장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금리 상승에 투자 심리가 냉각되면서 연초 기준으로 리츠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을 거둔 것. 지난달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회의 의사록에서 긴축에 대한 정책자들의 의지가 확인된 만큼 리츠 시장의 하락 압박이 지속될 전망이다.
맨해튼 센트럴파트 주변의 고가 건물 <출처=블룸버그> |
22일(현지시각) RBC 캐피탈 마켓에 따르면 S&P500 리츠 섹터가 연초 이후 10% 이상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주요 지수가 1% 선에서 상승한 것과 대조를 이루는 결과다.
올들어 리츠 섹터의 수익률은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가 강타했던 2009년 30% 폭락한 이후 최악의 성적에 해당한다.
리츠는 주거 및 상업용 부동산 자산을 매입한 뒤 이를 임대해 수익률을 올리는 한편 투자자들에게 자본 차익과 함께 배당을 제공하는 형태로 운용된다.
일반적으로 리츠는 시장금리가 낮을 때 투자 매력을 지니며, 금리 상승 시기에 하락 압박을 받는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만큼 부동산 시장이 둔화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9%를 훌쩍 뛰어넘으며 4년래 최고치를 나타냈고, 상징적인 저항선으로 통하는 3.0%를 뚫고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책 금리에 가장 민감한 것으로 알려진 2년물 국채 수익률이 리먼 파산 이전 수준에 근접했고, 30년물 수익률도 동반 상승하면서 모기지 금리를 끌어올리는 상황이다.
리츠의 임대 계약은 통상 4년 만기로 이뤄지기 때문에 금리 상승분만큼 임대료를 인상하는 일이 여의치 않다. 때문에 금리가 빠르게 상승할 때 리츠의 이익률이 크게 저하되는 경향을 보인다.
RBC 캐피탈 마켓의 마이클 캐롤 이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금리가 투자자들 사이에 단연 뜨거운 감자”라며 “가파른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리츠 섹터의 손실은 유럽에서도 두드러진다. 독일과 영국 등 주요국 금리가 동반 상승하고 있는 데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종료에 대한 관측이 악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영국의 리츠 섹터를 추종하는 FTSE-Nareit 지수가 연초 이후 6.7% 급락했고, 유럽 리츠 지수 역시 같은 기간 5.9% 떨어졌다.
낙관론도 없지 않다. 금리 상승에 따른 타격을 상쇄할 만큼 경기가 활황을 보일 경우 부동산 시장 역시 상승 흐름을 탈 수 있고, 이는 리츠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주장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