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7.4조, 운송업 1조 인건비 늘어
전문가들 "업종별 특성 고려해야"
[뉴스핌=정탁윤 기자] 정부여당의 휴일근로 금지 법안추진에 대해 재계는 중소기업의 무더기 처벌이 우려된다고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12조원이 넘는 추가비용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2의 최저임금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산업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근로시간 단축은 현행 최대 68시간(5일 근무 40시간+휴일 근무 16시간+연장 근무 12시간)인 법정 근로시간을 52시간(7일 근무 40시간+연장 근무 12시간)으로 줄이겠다는 게 핵심이다. 일주일 동안 52시간 이상의 일을 시키면 불법 사업장이 된다.
20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고용노동부는 최근 주휴일 근로의 법적 제한과 함께 이를 위반하는 사업주를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불가피하게 휴일근로를 허용할 경우 근로자에게 1.5배의 대체휴일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경영상 긴급한 사정이 있거나 노사간 합의가 있을 때, 소방·경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공공의 안정과 질서유지를 위한 근로에 대해서는 주휴일 근로를 허용한다.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주휴일 근로를 시킨 사업주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근로자에게 대체휴일 1.5배와 수당을 1.5배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재계 <사진=뉴스핌DB> |
이와 관련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생산납기를 맞추거나 시기별로 물량 공급량이 유동적인 중소기업에선 필수적으로 주말근로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형사처벌까지 하겠다는 방안은 과하고, 그럴 경우 특히 중소기업들이 무더기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계는 특히 현재 논의중인 주 52시간 단축시 12조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적으로 강제하기 보다는 산업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면 기업 인건비가 12조3000억원 추가될 것으로 추산했다.
세부적으로 인력보충에 따른 직접노동비용 9조4000억원, 간접노동비용 2조7000억원,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에 따른 임금상승분 1754억원 등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는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면 인건비 부담이 23.5%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광호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근로시간 단축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현재 논의 중인 개선안에서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실시하려 한다는 점이 문제”라며 “산업별로 상이한 근로시간 현황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자칫 반쪽짜리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으며 근로시간 단축 목적 달성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종별로 보면 근로시간 단축 비용이 제조업은 7조4000억원, 운수업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제조업이나 운수업은 다른 업종 대비 연장근로(초과근로)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한경연 조사에 따르면 특히 전체 산업 중 부동산 및 임대업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및 임대업의 경우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월 평균 29.7시간의 초과근로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숙박 및 음식점업은 월 평균 20.9시간, 광업 20.9시간, 도소매 15.6시간의 초과근로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교육 서비스업, 금융 및 보험업, 전기·가스·증기 및 수도사업,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등 현재도 근로시간이 길지 않은 산업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이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우 연구위원은 "부동산 및 임대업의 경우 초과근로시간이 많아 장시간근로를 하는 것이 아닌 소정근로시간의 장시간화가 굳어진 결과로 볼 수 있으며, 숙박 및 음식점업은 월평균 근로시간은 길지 않지만 특정 근로자가 많은 시간 일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이처럼 산업별로 근로시간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영향도 상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로시간을 줄인다고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고, 초과 근무를 해서라도 몇 십만원 더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근무자도 있는데 이를 강제할 경우 한사람 떠 뽑을수 있는 것을 못뽑게 될 것"이라며 "일과 여가는 본인이 선택하게 하는게 맞고, 산업의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하게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