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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정부 나몰라라, 전기차 시장 적신호…'정보 유출 우려까지'

기사입력 : 2018년02월21일 08:00

최종수정 : 2018년02월21일 08:13

인도, 2030년 전기차 판매만 허용하는 정책 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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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최원진 기자] 13억 인구의 나라 인도는 공기가 참 안 좋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도 델리는 세계에서 11번째로 대기오염이 심한 도시. 이곳은 지난해 11월에는 PM 농도가 입방미터 당 700마이크로그램(㎍)을 기록했다. 이는 WHO의 최대 허용치인 90㎍보다 약 8배 높은 수준이다. 

<사진=블룸버그>

인도 정부는 공기 오염이 최악 수준이라는 국제적 오명을 씻기 위해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확충 목표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 산하 경제정책기구인 니티 아요그(NITI AAYOG)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전기차 지원 정책을 담아 보고서로 제출했다. 정부는 2030년에는 전기 자동차만 판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가 전기차 보급 계획(National Electric Mobility Mission Plan)은 2020년까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를 연간 600~700만대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2020년에는 인도가 현 5번째에서 3번째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CNN tech가 지난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문가들의 장밋빛 전망은 인도 정부가 계획대로 전기차 판매에 나선다는 전제하에 성립한다. 그러나 많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와 전문가들은 인도 전기차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고 말한다. 문제는 아해 다르고 어해 다른 인도 당국에 있다고 이들은 말한다. 

◆ 말과 행동이 다른 정부, 어리둥절한 산업계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인도 전기차 시장 진출 움직임은 나날이 그 속도를 더 해가고 있지만 관련 규정이나 정책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니틴 자이람 가드카리 교통부 장관은 지난 1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금 당장은 그 어떤 (전기차 관련) 정책도 필요 없다"고 말했다고 비즈니스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이 발언은 가드카리 장관이 지난해 그 누구보다 인도 전기차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해왔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주목된다.

지난해 9월 그는 휘발유와 디젤 엔진이 없는 미래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인도 자동차 산업계에 으름장을 놓았다. 가드카리는 인도 자동차공업협회 연례 집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우리는 대체 연료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너희가 좋든 싫든 나는 이것을 강행할 것"이라며 "국도에 한 개의 차선을 더 추가할 의향도 있다. 만약 전기차를 만들지 않겠다면, 우리는 당신에게 그렇게 하라고 강요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현재 그의 말은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고 있다. 피유시 고얄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해 "정부는 2~3년 동안 보조금을 제공함으로써 전기 자동차 개발을 촉진할 것"이라며 "그 이후에는 국민들이 전기 자동차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가드카리 장관의 9월 연설이 있기 불과 2주 전, 정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재정적 인센티브를 없앴다. 중요한 것은 인도 자동차 시장 진출을 원하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은 2020년까지 정부의 가이드라인 없이 알아서 판단해 진출을 도모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진=블룸버그TV>

이에 자동차 업계는 다소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셰크하르 비시와나탄 도요타 인도 부회장은 "우리에게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감소 목표치나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연료 경제성의 개선 방향 등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비즈니스타임스에 익명을 요구한 한 자동차 업계 임원진은 "하루는 당신이(정부) 우리가 가능한 한 빨리 전기차를 가지고 왔으면 하고 또한, 휘발유와 디젤 차량 판매를 중단하라고 한다. 다음날엔 이에 대한 아무런 규정이 없다고 말한다. 이게 무슨 농담이냐?"라며 "이건 어떤 산업계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만약 우리가 당신에게 변화를 주길 원한다면 우리는 미래에 어떠한 정부의 반사적인 개입이 없을 거란 확신이 필요하다. 만약 이런 약속을 못 해준다면 우리도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 소비자들 "충전은 어디서 하나요?"

인프라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현대자동차는 당장 내년부터 글로벌 업체 최초로 인도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판매할 계획이지만 전망은 좋아 보이지만은 않다고 비즈니스타임스가 보도했다. 인도 전역에 제대로 갖춘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성공할 기회가 적다는 것. 중동 매체 더내셔널이 같은 날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6년 인도에서 팔린 전기로 구동하는 이동수단은 2만2000대. 이중 전기 자동차는 2000대에 불과했다고 인도자동차공업협회를 인용했다.

소비자들은 '주행거리 불안(range anxiety)' 때문에 전기 자동차를 사려다가도 일반 자동차를 택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인도에서 2륜, 3륜 전기차를 생산하는 로히아 오토 기업의 아유시 로히아 이사는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인프라"라며 "정부가 전기차 육성에 힘을 보태고 있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다만, 전기차에 대한 인도 국민들의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지만, 주행거리 불안은 판매량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사진=블룸버그>

메르세데스 벤츠 같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도 이에 정부의 2030년 계획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롤란드 폴거 벤츠 인도 지사 총괄 이사는 "2040년에는 전 세계가 수소차를 타고 다닐 것"이라며 "전역에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은 섣불리 아이디어만 앞선 것 같다"고 한 현지 매체에 알렸다.

수미트 사와니 프랑스 자동차 기업 르노 인도 지사 사장은 유럽 전역에서 전기 차량의 25%를 판매하지만 인도에는 아직 한 대도 팔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이제는 정부가 관련 규정과 정책을 내놓고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고 CNN tech가 지난 9일 보도했다.

◆ 부품 수입 의존도 높아…사이버 보안 취약

인도의 높은 전기 자동차 부품 수입 의존도가 사이버 보안을 위협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V.K. 사라스와트 니티 아요그 의원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전기차 개발에 필요한 부품 대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라스와트는 모든 전기차 소프트웨어와 적어도 55%의 부품은 국내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며 "중국은 반도체 칩부터 컨버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제조한다"며 "국내 생산에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PwC 인도에 따르면 현지 업체들은 배터리를 포함한 전기차 부품 80% 상당을 수입하고 있다. PwC는 3월 말까지 인도에는 1만대 이상의 전기승용차와 10만대 규모의 이륜차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정보 유출 우려다. 인도 로펌 Khaitan & Co.의 한 소속 임원은 "우리가 해외에서 장비를 수입하는 몇몇 산업에 뒷문이 열려 정보가 장비 공급업체에 넘어간 경우가 있었다"며 "이는 나중에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의 전력당국은 전기차에 대한 사이버 보안 관련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내용 중에는 전기차와 충전소에 동일한 통신시스템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해킹에 대비해 일종의 방화벽을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뉴스핌 Newspim]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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