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사이 306억달러 '팔자' 신흥국 펀드는 자금 유입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인플레이션 공포에 글로벌 주식시장이 일제히 폭락한 가운데 이번주 관련 펀드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경제 펀더멘털에서 비롯된 주가 하락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밸류에이션 고평가 논란이 뜨거웠던 만큼 투자자들은 일단 차익을 실현, 소나기를 피하자는 전략을 폈다.
유로화와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뉴욕증시가 공식 베어마켓에 진입한 만큼 단기적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9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EPFR에 따르면 지난 7일을 기준으로 한 주 사이 글로벌 주식펀드에서 총 306억달러에 달하는 자금 썰물이 발생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미국 주식펀드에서 ‘팔자’가 두드러졌다. 한 주 사이 관련 펀드에서 340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유럽 선진국 주식펀드에서도 34억달러의 자금 유출이 발생했고, 신흥국 주식펀드에서는 21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5일 다우존스 지수가 1000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한 한편 주간 기준으로 이번주 뉴욕증시는 기록적인 약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이번 증시 폭락은 미국 1월 비농업 부문 임금 상승이 2.9%에 달하자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가속화에 대한 우려에서 촉발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시장의 우려만큼 인플레이션 급등이 가시화되지 않은 데다 경제 펀더멘털이 탄탄한 만큼 이번 주가 조정이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지만 뉴욕증시가 공식 약세장에 진입하자 긴장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상품 투자로 널리 알려진 짐 로저스가 이번 약세장이 자신의 생에 최악의 조정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등 구루들 사이에 비관론이 꼬리를 물고 있다.
제프리스의 케네스 챈 전략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달리는 말에 올라타기 급급했던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매도로 돌아섰다”며 “이번 펀드 자금 유출은 1월 사상 최대 자금 유입과 커다란 대조를 이룬다”고 말했다.
미츠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의 크리스 러프키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보기 드물게 공격적인 매도 공세”라며 “초저금리 여건이 종료 수순을 맞았고, 이는 자산시장의 ‘파티’ 역시 종료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1월 고점 대비 글로벌 주요국 증시의 낙폭은 기록적이다.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가 1월 고점에서 14% 급락한 한편 9일 하루에만 4% 이상 하락해 2015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일본 닛케이 225평균주가 역시 1월 고점에서 14% 미끄러졌다. 닛케이는 지난해 9월부터 1월 고점까지 25% 급등했지만 불과 최근 주 사이 상승분의 절반을 토해냈다.
상황은 홍콩도 마찬가지. 항셍지수는 1월 고점에서 11% 밀렸다. 특히 지수 상승을 주도했던 텐센트가 14% 폭락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