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서 정치 시작..한때 진보세력의 아이콘
바른정당과 합당, 안철수 사람들 '헤쳐모여' 시동
진보·개혁노선서 사실상 보수로 옮겨 '새로운 도전'
[뉴스핌=김선엽 기자] "저도 한때는 미래였습니다"
43세 나이로 영국 총리에 올랐던 데이비드 캐머런이 지난 2016년 의회를 떠나면서 남긴 말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한 때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젊은이들의 희망이었다. 기성 정치에 환멸을 느낀 국민들 눈에 '새정치'를 하겠다는 안 대표는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백신이자 개혁의 아이콘’이었다.
처음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던 무렵에는 그의 가방에 무슨 책이 있는지를 두고 취재 경쟁이 벌어질 정도였다. 그만큼 '안철수 현상'이 전국적으로 뜨거웠다. 당시 여당이고 야당이고 앞다퉈 안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냈을 정도다.
좀처럼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던 안 대표가 처음 특정당을 거론한 것은 2011년 9월이다. 당시 한나라당을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세력'이라고 지칭했다. 야권은 환호했고 여권은 일제히 돌아섰다. 이후 안 대표는 각종 선거에서 야당 후보들과 경선 경쟁을 펼치고 보수와는 일정한 거리를 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통합추진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최상수 수습기자 kilroy023@ |
그랬던 안 대표가 이제 '극중도'를 넘어 보수를 대변하겠다고 나섰다.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통합신당을 '보수당'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표 대결이 펼쳐진다면 자유한국당과 함께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의 변신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몇 번째 재혼이냐'며 비아냥거린다. 반면 이제야 비로소 안 대표가 자신의 길을 찾았다는 평가도 있다. 2016년 민주당을 나와 호남세력과 함께 국민의당을 창당할 때부터 이미 둘의 결별은 예정됐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대표는 성공한 기업가 줄신으로 처음부터 보수의 색채가 강했다"며 "정치에 입문할 당시 보수정당이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었기 때문에 진보와 함께 길을 걸었던 것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일각에선 안 대표가 노회한 '잔소리꾼'이 많은 민주당에서 주도권을 쥐기 힘들었던 탓에 튕겨져 나온 것이라고 본다. 어찌됐건 4년간 민주당과 국민의당을 거치면서 안 대표는 이제 진보진영과는 루비콘 강을 사이에 두게 됐다.
정치 입문 7년 만에 비로소 몸에 맞는 옷을 입었다는 안 대표다. 그로선 기존의 보수 세력을 끌어안아 '보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기를 희망할 것이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안 대표는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대선 경쟁력을 높이고 자신이 만들 신생정당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선 진흙탕 싸움을 마다하지 않을 분위기다. 안 대표의 한 측근은 "선거에서 지더라도 승리보다 값진 희생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결기'를 안 대표가 갖추기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최근 안 대표가 던진 말이 무섭게 정치판을 요동치게 할지도 모른다. "재미가 없어도 해야 되니까 하는 것이 프로다."
안 대표의 변신이 어디까지 갈지 지켜볼 일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