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오영상 전문기자] 세계적인 주가 급락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서도 외환시장에서 엔화의 가격 변동은 소폭에 그치고 있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주가 하락과 엔고가 동시에 진행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 이번 주가 하락이 본격적인 리스크 회피 움직임은 아니다 ▲ 세계 경제 확대 지속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다 ▲ 유로화 과열에 대한 경계감이 엔고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주가 급락 등에 따른 ‘리스크 회피’ 흐름은 국제적으로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의 매수세를 촉발해 왔다. 과거 10년간 닛케이주가 낙폭이 전일 대비 1000엔을 넘었던 날에는 어김없이 엔화 매수세가 강해진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전후인 2016년 6월 24일이다. 이날 닛케이주가는 1300엔이나 하락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매수 움직임이 확대됐으며 이날 엔화의 최고치와 최저치 격차는 7엔 이상으로 벌어졌다.
6일 닛케이주가는 전일비 1071엔(4.7%) 하락한 2만1610엔으로 마감했다. 낙폭은 2016년 6월 이후 1년 8개월래 최대였으며,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 종목의 98%가 하락했다.
이날도 엔화는 장 중 한때 1달러=108엔대 중반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기세가 지속되지 못하고 이날 가격 변동 폭은 0.8엔 정도에 그쳤다. 과거 주가 하락 국면 당시의 엔고 진행과 비교하면 변동 폭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신문은 주가 하락과 엔고가 동시에 진행되지 않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가지는 외환시장의 많은 참가자가 이번 주가 하락을 본격적인 리스크 회피 움직임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마루산(丸三)증권의 아다치 세이지 경제조사부장은 “리스크 자산에서 일제히 자금이 빠져나가는 사태가 되면 안전 자산인 엔화를 우선 확보하려는 자세를 취해도 이상하지 않다”라며, “이번 주가 하락은 과열된 시장이 조정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 이유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2008년 리먼 쇼크로 대표되듯 과거 대폭적인 주가 하락 국면은 국내외 경기 변조를 동반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의 고용시장 호조에 따른 임금 상승률 증가가 발단이 됐다.
메릴린치 일본증권의 야마다 슈스케 주식전략가는 “미국을 견인차로 하는 세계 경제 확대가 이어질 것이란 시나리오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달러화 매수 수요도 여전히 강하다”며, “엔고가 가속화될 상황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2017년부터 상승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유로화 움직임이 엔고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2017년 이후 달러화 대비 상승 폭이 15%를 넘어선 유로화 과열을 의식한 투자자들이 유로화를 매도하고 달러화를 매수, 이러한 달러화 매수세가 엔고를 억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엔고 진행 여부는 현재 지지선인 1달러=108엔을 뚫을지가 초점이 되고 있다. IG증권의 이시카와 준이치 수석 FX전략가는 “연초 이후 108엔이 엔고의 지지선이 되고 있다. 리스크 회피의 연쇄 작용으로 108엔 선이 무너지면 일시에 엔고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Newspim] 오영상 전문기자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