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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재무성, 엔고 '침묵 속 고뇌'...'미국 눈치보기'

기사입력 : 2018년02월06일 10:36

최종수정 : 2018년02월06일 10:36

환율 변동있으면 개입하던 재무성, 엔고에도 침묵
미일 경제대화 이어나가기 위해 미국과 갈등 피하는 모습

[뉴스핌=김은빈 기자] 일본 재무성이 수상한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엔화 가치가 치솟아도 입을 꾹 다문 채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재무성의 침묵 뒤에 미국과의 관계에 머리를 싸매는 '고뇌'가 있다고 지적한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장 참가자들이 재무성에 위화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발단은 지난달 24일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달러 약세는 무역 등 미국에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강한 달러'를 추구하던 방침에서 수출을 위해 '약한 달러'를 추구하겠다는 자세를 비춘 것이다.이 발언으로 엔화 환율은 1달러 당 113엔에서 순식간에 108엔으로 내려앉아 강세로 돌아섰다.

◆ "재무성이 견제하겠지" 시장의 기대 어긋나

아소 다로(麻生太郎)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 <사진=뉴시스>

시장 참가자들은 일본 재무성이 곧바로 시장의 움직임을 견제할 거라 생각했다. 이제까지 재무성 간부들은 엔화 환율이 크게 움직일 때마다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필요시 대처하겠다" 등의 발언을 해왔다. 때로는 외환개입의 가능성까지 어른거리며 시장을 견제했다.

그랬던 재무성이 지난 25일엔 달랐다. 입을 꾹 다물었다. 주요 7개국(G7)이나 주요 20개국(G20)은 환율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자국에 유리한 통화 약세를 유도하지 않기로 되어있지만 재무성은 비판 한마디 없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협의에 위반한다"며 즉각 반발했던 모습에 비해 일본 재무성의 침묵이 되려 눈에 띌 정도였다. 

물론 재무성이 완전히 침묵만 했던 것은 아니다. 물밑에서는 므누신 장관 발언에 반발하며 미국 실무진에게 발언의 진의를 물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문은 "재무성이 미국의 태도에 의문을 가졌으면서도 공식적으로 '노코멘트'로 일관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 참가자들이 위화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 美 불규칙 발언 봉쇄 위해 '채널 일원화' 노리는 일본

재무성의 '수상한 침묵'의 배경에는 미일 경제대화가 자리한다. 두 번에 그친 경제대화를 계속 이어가고 싶은 일본 재무성이 미국과의 조정에 신경 쓰느라 괜한 논란을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일 경제대화는 일본이 미국 측에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마이크 펜스 미 대통령과 아소 다로(麻生太郎) 부총리 겸 재무상이 참석한다. 지난해 4월 처음 시작돼, 두 번째 대화는 지난 10월에 열렸다.

일본은 미일 경제대화를 통해 환율 문제를 포함, 양국 간 경제 전반에 걸친 현안을 논의하려고 한다. 신문은 "재무성이 바라는 건 양국 간 경제 논의 채널을 경제대화로 일원화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불규칙 발언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노림수"라고 분석한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2017년 4월 18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1차 미일 경제대화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하지만 양국 간 경제대화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경제대화 협상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두번째 경제대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대일 무역적자 문제를 거론하며 구체적 성과가 부족하는 점에 대해 짜증을 냈다"고 전했다. 

펜스 부통령은 평창올림픽 참석 전에 일본을 방문하지만, 경제대화 일정은 없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관련된 논의도 진척을 기대하긴 어렵다. 신문은 "경제대화의 구심력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성은 가능한 한 양국 간 풍파를 부르고 싶지 않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환율 문제로 양국이 설전을 벌였던 기억도 재무성 관계자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지난 2016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엔 아소 재무상이 시장 견제성 발언을 하면, 제이컵 루 당시 미 재무장관이 반발하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연출됐다. 당국 간의 신경전이 투기세력의 움직임을 부추기기도 했었다. 

게다가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도 일본의 침묵에 한몫한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안보의 중요성이 올라간 만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트럼프와 친밀함을 어필하는 동시에 통화 당국 간의 몸싸움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신문은 "관저와 재무성 간의 미묘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장면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므누신 장관의 발언으로 촉발된 엔고는 다음날 25일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달러가 보고싶다"는 발언으로 잦아들었다.

신문은 "미 정부의 발언은 예측할 수 없는데다 통상과 환율을 연결지어 말하는 버릇도 분명해지고 있다"며 "비슷한 문제는 앞으로도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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