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제비엔날레 홍경한 총감독 <사진=이현경 기자> |
[뉴스핌=이현경 기자] 강원국제비엔날레가 난민, 전쟁, 기아, 환경과 같은 국제적 갈등과 문제를 예술가들과 함께 공론의 자리를 만들었다. 지난해 6월부터 기획된 강원국제비엔날레를 이끈 홍경한 총감독이 내건 주제는 '악의 사전'이다.
홍경한 총감독은 강원국제비엔날레 개막 하루 전인 2일 취재진과 마주했다. 홍경한 총감독은 "지난 6월부터 지금까지 달려왔다. '악의 사전'이 올림픽과 맞지 않는 주제로 보이지만, 도덕적 의식에 반하는 우리 사회 속 보편적 악을 끝없는 현재로 추념하려는 예술가들의 노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악을 담는 것에 대한 지점을 찾는 호소문이다. '악'을 느끼기 보다 우리가 열어놓고 보고, 알아야할 문제점을 짚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작가 아크람 자타리 <사진=이현경 기자> |
이번 비엔날레에는 미술작가 23개국, 58여팀, 110여 작품이 전시된다. 참여국에 카자흐스탄, 아프가니스탄, 모잠비크, 시리아, 콜롬비아, 파키스탄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홍경한 총감독은 작가 선정 기준에 대해 "시리아 기준으로 찾았고, 시리아 이상의 영역을 가진 작가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그 예가 아크람 자타리(Akram Zaatari)다. 홍 총감독은 "그는 시리아 출신이고 계속해서 시리아에서 생활하고 있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는 작가다"라고 소개했다. 아크람 자타리는 이스라엘에 수감된 아랍 정치범들의 사진 작업을 통해 중동의 정치 문화적 상황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사진 속 주인공들은 팔레스타인, 시리아, 레바논에서 안보 문제로 이스라엘에 구금돼 있는 사람들로 급변하는 국가의 정치적 현실을 반영했다. 인지도, 왕성한 활동영역 등을 보고 저희 주제와의 부합도 참여작가 섭외 기준에 포함시켰다.
영국, 미국, 스위스 작가들 그리고 베니스비엔날레와 같은 국제전에서 두각을 낼 작가, 국내에서 흥미로운 작품을 내놓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참여작가를 구성했다.
홍경한 감독과 콜롬비아 출신 작가 라파엘 고메즈 바로스(중간). 그의 작품 '개미'는 A홀에 들어서자마자 볼 수 있다. '개미'는 난민을 주제로한 작품으로 두개골과 자스민 나무로 만들어졌다. <사진=이현경 기자> |
강원국제비엔날레가 열리는 곳은 강릉 녹색도시체험센터다. 홍 총감독은 강원도에 미술관으로 기능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직접 녹색도시체험센터를 강원국제비엔날레를 위해 미술관 형식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홍 총감독은 "인근에 가상 건축물도 지었다. 녹색체험센터가 A홀, 새로 지은 곳이 B홀이다. 소주제는 없다. 대주제 '악의 사전'으로 전시가 펼쳐진다"고 말했다.
A홀은 화이트큐브 형식으로 회화, 사진, 설치 미술이 전시된다. B홀은 퍼포먼스와 설치미술들이 들어와있다. 홍 총감독은 B홀에 좀 더 신경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B홀에 가면 관람객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B홀은 기존의 공간이 아니었기에 제가 임의로 설계할 수 있었다. 혼돈 속에서 우리가 사는 이 현실을 많이 반영하려고 했다. 시끄럽고 무질서한 모습들이다. 이런 점을 변별력으로 보면 수월하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국제비엔날레는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기간에 열리는 문화행사인만큼, 다양한 국가, 사람, 문화에서 볼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공론화하고 예술적 이슈로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 단 8개월 안에 이와 같은 작업을 이룬 것에 대한 박수를 보낼만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아쉬움도 남아있다. 홍경한 총감독은 "부산, 광주처럼 하드웨어가 강원도엔 없다. 만약 미술관과 같은 공간이 주어졌다면, 더 임팩트 있게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하고 어젯밤에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원국제비엔날레가 열리는 녹색도시체험센터 <사진=이현경 기자> |
그렇지만, 그는 자신있게 강원국제비엔날레를 선보일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이번 비엔날레가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물리적으로 변화가 이뤄진다면 강원도가 문화예술향유를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답했다.
강원국제비엔날레는 3일부터 시작해 오는 3월18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강릉역에서 강릉녹색도시체험센터까지 버스로 갈 수 있다. 평창조직위원회 김현지 팀장은 2일 뉴스핌에 "강릉시 자체에서 투어버스가 행사장 근처인 허난설헌 기념관에 선다.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셔틀버스도 운영할 예정이다. 또 207번이 행사장을 지난다. 202번 202-1번의 노선도 신설될 예정으로 알고 있다. 올림픽 기간동안 강원도 시내버스는 무료다"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