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은행 채용비리 포착…적발 은행 비공개 방침
하나·KB금융 등 회장에 불똥튈까 관심 고조
[뉴스핌=최유리 기자] 금융당국이 채용비리를 저지른 금융회사에 대해 최고경영자(CEO) 해임 건의 등 강력한 조치를 예고했다. 최근 당국에서 채용비리 정황을 포착한 은행 5곳은 물론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문책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29일 "11개 검사 은행 중 채용비리가 확인된 곳은 모두 5곳"이라며 "금융위원회가 (CEO 해임 건의 관련) 이번 건에 대해 예외 사항을 두지 않은 만큼 수사 결과에 따라 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26일 11개 검사 은행 중 5개 은행에서 22건의 채용 비리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특혜채용(9건)과 면접점수 조작(7건), 불공정한 채용전형(6건) 등이다. 금감원은 채용비리 의혹 건을 검찰 등 수사기관에 이첩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도 적발된 채용비리에 대해 기관장과 감사 해임을 건의하는 등 엄중 처벌할 방침이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이형석 기자 leehs@ |
금융당국의 이같은 강경 자세에 은행을 비롯한 금융지주사는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 경찰 수사 만으로도 신뢰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최악의 경우에는 해당 금융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이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도 채용 비리 문제로 연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중도 사임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찰 등 추가 수사를 통해 윗선의 지시가 입증되면 지주사나 해당 은행의 책임자가 (해임)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어디까지 개입했느냐가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특정 금융사를 겨냥해 조사를 벌였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적발 은행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금융권은 CEO 연임이나 지배구조 문제로 당국과 마찰을 빚은 일부 금융사가 이번 채용비리 사례에 포함됐는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대표적이다.
김정태 현 하나금융 회장과 함영주 현 하나은행장이 관여한 의혹이 제기된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건으로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채용비리 수사가 더해질 경우 김 회장의 연임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당국은 채용절차 운영상의 미흡 사례에 대해 경영유의 또는 개선 조치 등을 통해 은행의 제도 개선을 지도할 방침이다. 이와 별개로 금융사 지배구조 개편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CEO 선임절차의 투명성 제고를 비롯해 사외이사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 금융회사 경영진의 보수체계 개선 등이 담길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