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 게임에 피로감, 여성 취향 게임 인기
왕자영요보다 느림과힐링의 '타비카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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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강소영 기자]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개구리 신드롬'이 불고 있다. '여행 개구리'라고 불리는 일본산 모바일 게임 '타비카에루'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중국 게임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타비카에루(여행 개구리)'의 인기는 중국 온라인 게임 콘텐츠의 트렌드 변화와 여성 이용자의 부상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 있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여행하는 개구리' 게임 트렌드 바꿔, '단순·느림·무자극'으로 현대인의 공허함 달래
타비카에루 게임 화면 |
최근 중국 SNS에서는 "너네 집 개구리 돌아왔니?","네 개구리는 어떤 선물을 가지고 왔니?" 등의 친구들의 개구리 안부를 묻거나 개구리에게 받은 선물을 자랑하는 글과 사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타비카에루(여행 개구리)'의 이용자들이 올린 내용으로, 이 게임의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타비카에루'는 일본 게임 개발사 히트포인트가 출시한 개구리 육성 게임이다. 게임 이용자가 개구리를 키우듯 보살피는 방식으로, 개구리가 준비가 되면 스스로 여행을 떠났다가 불시에 돌아오는 것이 특징이다.
전작의 길고양이 관찰과 육성 게임인 '네코아츠메'의 후속작인 '타비카에루'는 중국 시장에 정식으로 출시되지는 않았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국가 제한 없이 다운로드가 가능해 중국에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히트포인트 사가 중국에서 타비카에루를 홍보하거나 중국어 버전을 출시하지 않았지만, 타비카에루는 무서운 속도로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타비카에루'의 위챗지수(위챗이 빅데이터로 자체 집계한 지수)는 2600만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고, 또 다른 SNS 웨이보에서도 '타비카에루' 관련 문장의 리뷰가 4억 1000만 건을 넘어섰다.
'타비카에루'는 최근 몇년 중국에서 유행했던 다른 게임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는 상품이다. 정교한 그래픽과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전술 대전 게임 왕자영요, 배틀그라운드와 달리 그래픽과 게임 스토리, 게임 조작 방식 모두 매우 단순하다. 게임 진행 속도가 느리다보니 자극적인 요소도 약하다.
중국 게임업계는 '타비카에루'의 인기 비결을 ▲ 캐릭터의 예측 불가에서 비롯되는 쾌감 ▲ 기다림을 통한 여유와 힐링 ▲ 고독한 현대인들의 '모성(부성)본능' 자극 ▲ 의외로 섬세한 디테일 등으로 분석했다.
앞서 설명했듯 '타비카에루'의 개구리는 이용자의 허락이나 설정 없이 자기 뜻대로 여행을 떠났다가, 예고도 없이 돌아오도록 설계돼있다. 집에서는 이용자의 관심과 노력으로 살아가지만, 홀연히 집을 떠나 여행에 나서고 불시에 자신을 돌보는 주인에게 엽서, 선물, 부적과 같은 선물을 보내준다. 이러한 불확실성과 기다림이 이용자에게 자극없는 즐거움을 전달해준다.
전술 혹은 대전 게임처럼 경쟁자를 죽이고 물리치는 치열한 경쟁 없이, 단순한 보살핌과 기다림을 통해 게임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현재 주류 게임과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꼽힌다.
중국 이용자들은 불시에 이루지는 개구리의 귀가 혹은 개구리가 보내온 엽서 등이 이용자에게 예상치 못한 기쁨을 안겨주는 설정 자체가 '인연(因緣)'을 강조하는 불교 사상과 일맥상통한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불교 계열 게임'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
또한 단순해 보이는 그래픽 속의 일본 특유의 섬세함이 중국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분석도 있다.
화려하지 않은 2차원 그래픽이지만, 집에서 책을 읽는 개구리의 표정과 자세가 수시로 바뀐다던지, 엽서로 보내온 여행지의 풍경이 상황 별로 변화하는 것 등이 이용자들에게 또 다른 게임의 재미를 더해준다는 것.
개구리라는 연약한 존재를 돌봄으로써 고독한 현대인의 모성 혹은 부성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도 있다. 차가운 도시 환경 속에서 개구리에게 자신의 사랑과 관심을 쏟으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깨닫게 된다는 설명이다. 인터넷에서는 '타비카에루'를 현대 중국인의 '혈압 강하제'로 부르는 유머까지 나오고 있다.
'타비카에루'의 인기가 치솟자 중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짝퉁' 게임이 나오는 등 단순한 구조의 게임이 늘어나고 있다.
게임 업계 전문가는 "왕자영요,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게임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타비카에루와 같이 템포가 느리면서 힐링 효과가 있는 게임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2018년 중국 게임 산업 뉴 키워드 '여성'
'타비카에루'의 선풍적인 인기는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여성 이용자의 성장 잠재력을 나타내는 방증으로도 읽히고 있다.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타비카에루' 외에도 '연여제작인(戀與制作人)', 난난화유세계(暖暖環遊世界) 등이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들 게임은 여성 이용자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자신의 이상형에 맞는 남자친구와 가상 연예체험을 만들어가는 게임 '연여제작인'은 올해 1월 7일 출시된 후 한 달도 되지 않아 711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출시 일주일만에 iOS 하루 평균 매출이 30만 위안을 돌파했고, 월 매출은 3억 위안에 육박하고 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연여제작인'의 이용자 중 절대 다수인 94.2%가 여성이다.
여자 주인공이 뜻밖의 생일선물로 전 세계를 일주하며 경험하게 되는 다채로운 세상을 주제로 한 '난난화유세계' 역시 여성 이용자를 겨냥해 출시한 게임으로 전체 이용자의 79%가 여성이다.
'타비카에루' 이용자의 성별 통계가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이용자의 상당수가 여성일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추산하고 있다.
중국의 유명 모바일 게임 산업 전문가는 "여성 게임 이용자들의 영향력이 급격히 확대될 것은 분명하다. 시장에서 여성 고객을 겨냥한 게임 상품이 많이 부족하다"며 여성 게임 시장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했다.
중국의 게임산업 전문 매체 유시관차(遊戲觀察)도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자가 게임 천하를 지배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중국 게임 업계는 중국의 여성 온라인 게임 이용자가 2억~3억 명에 육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국민 온라인 게임으로 꼽히는 '왕자영요'의 가입자는 2억 1000만 명(2017년 5월 기준), 이중 54.1%가 여성이다. 왕자영요 한 게임만으로 볼 때 중국의 여성 게임 이용자가 1억 13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APP 게임 중 가입자가 가장 많은 '개심소소락(開心消消樂)'의 전체 가입자는 4억여 명, 이중 여성은 전체의 55%에 달하는 2억 2000만 명이다.
중국 최대 빅데이터 서비스 플랫폼 토킹데이터(Talkingdata)는 중국의 여성 게임 이용자 수가 2억 7000명에 달할 것으로 집계했다. 2012년~2017년 중국의 모바일 게임 이용자 수가 9000만 명에서 5억 5400만 명으로 늘어났는데, 그중 절반이 여성이라는 의미다.
최근 5년 여성 게임 이용자 증가율은 연간 64%에 달하고, 2014~2017년 모바일 게임 신규 이용자 가운데 84%가 여성이라고 토킹데이터는 밝혔다.
중국 게임전문 매체 유시관차는 "여성 이용자의 모바일 인터넷 사용 시간과 유료 콘텐츠 이용 선호도는 남성보다 훨씬 높다. 게임 업계가 여성을 공략하면 남성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이터다. 그럼에도 게임 업계가 여성 이용자를 위한 콘텐츠 개발에 게을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게임 제품에서 여성 이용자들을 위해 고안된 작품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유시관차는 여성의 특성에 맞는 게임 개발을 늘려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성 게임 이용자들은 복잡하고 자극적인 내용보다는 화면이 아름답고, 템포가 느리며 단순한 방법의 게임을 선호한다. 중국의 모바일 앱 사용 선호도 조사에서도 남녀의 성향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성향의 차이는 게임 이용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게임 산업 전문가들은 게임 개발 업체들이 여성의 특성에 맞는 온라인 게임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때마침 중국 게임 시장에서 단순하고 느린 템포의 게임이 늘어나고 있고, 여성 이용자 수도 급증하고 있는 만큼 '여성용 온라인 게임'이 게임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
중국의 모바일 게임 전문가는 "'타비카에루','연여제작인'과 같은 게임의 성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 게임 시장에서 여성 고객의 영향력이 커질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유시관차는 "'타비카에루','연여제작인' 등 게임의 성공은 게임 시장에서 여성 이용자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면서 2018년을 기점으로 여성을 겨냥한 게임 산업이 고속 성장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