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후 뉴욕 대학 교수로 복귀
[뉴스핌=최원진 기자] 폴 로머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15개월 만에 세계은행(WB)를 떠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김용 WB 총재의 내부 배포 성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폴 로머 전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사진=뉴시스/Xinhua> |
김용 총재는 24일(현지시간) 로머가 사퇴를 알렸다며 로머는 "즉각 사퇴하고" 본래 직업인 뉴욕 대학교수로 복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로머는 작년 10월, 세계은행에 근무한 이래 이코노미스트 동료들과 계속 마찰이 있었다. 마찰은 은행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 엄격한 문법과 같은 사소한 것부터 직무 방법론과 같은 엄중한 문제까지 포함한다.
일부 실무진들은 로머의 거친 성격과 신중하지 못한 발언에 대해 분노하면서 사이가 멀어졌다. 그는 작년 내부 보고서에 "그리고(and)"란 단어를 너무 많이 쓴다고 지나치게 지적해 동료의 화를 돋운 바 있다.
또한 그는 다수의 고위 부서장을 해임시키려는 운동을 했지만 실패해 WB 인사부와도 충돌했다.
로머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도 불만을 표했다. 그는 세계은행의 연간 기업환경평가 "두잉비즈니스(Doing Business)" 순위를 매기는 방법론과 정치적인 이유로 데이터를 조작하는 동료들을 맹비난했다. 이에 세계은행 관계자들은 그의 인터뷰가 내부 정책 위반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터뷰가 논란이 되자 이후 로머는 자신의 블로그에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다. '두잉비즈니스' 보고서나 WB 보고서 어디에도 조작의 흔적을 본 적이 없다"면서 발언이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FT가 입수한 한 이메일에서 로머는 이코노미스트들이 데이터를 조작한다는 생각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나는 여태까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확인하기 쉽고, 판명 나지 않는 말을 이렇게 많이 하는 전문 이코노미스트들을 만나본 적이 없다"며 "명백히 조작된 데이터를 가지고 논문을 출판하는 과학 분야를 상상해봐라"라고 지적했다.
로머는 WSJ과 인터뷰 전 이미 은행을 떠날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평소 친한 지인들에 WB 연구에 대한 환상이 깨졌고,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력에 관해 이야기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진과 마찰, WB에 대한 환상이 깨진 로머는 결국 온 지 1년 만에 관리 책임을 박탈당했고, 최근 몇 달간 은행의 연구 부서가 아닌 다른 층에 있는 사무실에서 혼자 일했다.
김용 총재는 로머에 사퇴에 대해 "폴은 유망한 이코노미스트이자 통찰력인 개인. 지정학 이슈부터 도시화, 일에 대한 미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폴의 진정성과 솔직함에 감사하고 그의 (사퇴) 의사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