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규제 개선..대출 위축, 자본 열세 은행 부정적 영향 불가피
불확실한 금리 방향성..밸류에이션 상승 한계
[뉴스핌=최주은 기자]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던 은행주가 최근 주춤한다. 기관들 역시 은행주를 팔아치우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최근 발표된 정부의 자본규제 개편 방안과 기준금리 동결 등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일부 기관의 매물에 대해선 최근 오른데 따른 차익실현 성격이 있다고 평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12일 장중 6만9200원을 터치하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운 직후 3일 연속 하락했다. 24일 종가는 6만7500원으로 최고가 대비 2.5% 내렸다. 한때 시가총액 28조원을 돌파하며 현대모비스와 삼성생명을 제치고 코스피 시총 상위 7위 자리를 꿰차기도 했다.
KB금융의 잇단 주가 상승은 금리인상과 호실적 영향이다. 하지만 지난 15일과 18일 각각 정부 규제와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돼 주가 상승 탄력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같은 날인 12일 사상 최고가(5만6000원)를 경신한 하나금융지주도 정부 규제가 있던 15일부터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24일 종가는 5만2700원으로 최고가와 비교해 5.9% 내렸다.
다른 시중은행주도 비슷한 패턴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2일 1만7200원을 터치한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24일 1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업은행도 12일 1만7250원을 터치한 뒤 24일 1만6900원으로 2%대 하락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의 최근 3개월간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 |
증권가는 자본 규제 개선안이 은행의 성장 및 수익성 악화에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일각에선 은행 대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고, 상대적으로 자본이 많은 은행의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본규제는 장기적으로 은행대출을 위축시켜 경기회복에 장애가 될 수 있다”며 “가계대출을 억제하고자 한다면 자본비율 이외의 수단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예대율을 가계 대출에 대해선 기존 100%에서 115%로 상향한 반면 기업 대출은 기존 100%에서 85%로 가중치를 하향 조정했다”며 “가계 대출 비중이 높거나 상대적으로 자본 대비 주택담보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영해온 시중은행에 불리한 규제”라고 설명했다.
실제 기관들은 은행주를 지속 매도하는 추세다. 15일부터 24일까지 8거래일 동안 기관은 기업은행 주식(153만8959주)을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이어 신한지주 33만4327주, 하나금융지주 16만6857주, 우리은행 5만5033주 순으로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들이 전달 같은기간 기업은행 주식 83만2459주를 사들인 것과 대조적이다. 마찬가지로 신한지주 58만9121주, 우리은행 122만5661주 등을 순매수했다.
기관이 최근 은행주를 팔아치운 것은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른데 대한 일부 차익실현 영향도 있다. 자본 규제 개선안이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한 탓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현 정권은 서민보호 성격이 강해 이번 규제 역시 그 일환의 하나”라며 “규제를 빌미로 은행 이익의 흐름이 서민들로 흘러가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게 최근 은행업종의 가장 큰 리스크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으나 일시적으로 주가가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어 예전처럼 물량을 많이 담진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도 “경제 상황은 은행에 우호적이지만 은행업종에 대한 정부 규제는 성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금리인상 역시 주가에는 긍정적이지만 지난 18일 기준 금리 동결이 결정되자 불확실한 금리 방향성이 은행 밸류에이션 상승 한계를 가져온다는 지적도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금리 인상이 예견돼 있지만 이번 금리 동결로 은행의 실적에 다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통상 시중금리 상승은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일부 은행주의 상승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주의 장기 수익성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단기 실적 흐름에 발맞춘 점진적인 주가 상승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