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1만 달러 아래로 하락, 고점 대비 반토막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비트코인이 17일(현지시각) 1만달러 선을 뚫고 내린 가운데 튤립부터 닷컴까지 역사상 대표적인 버블 붕괴와 흡사한 추세가 전개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비트코인의 상승 탄력은 물론이고 최근 가파른 폭락까지 전형적인 버블-붕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역대 자산 버블과 비트코인 가격 추이 <출처=블룸버그> |
17일(현지시각)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장중 비트코인은 9966달러까지 하락해 1만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날 낙폭만 6%에 이르고, 12월17일 기록한 고점 1만9783에 비해서는 단기간에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전날 25% 급락한 비트코인이 추가 하락하며 고점 대비 50% 가량 밀리자 버블 붕괴에 대한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비트코인은 지난 3년간 약 60배에 달하는 폭등을 연출했다. 이는 1990년대 후반 파죽지세로 올랐던 나스닥 지수와 이에 앞서 1700년대 이른바 미시시피 버블 및 남해 회사 버블, 그리고 튤립 버블과 데자뷰를 이룬다는 주장이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 버블은 동인도 회사의 주도로 전개된 경기 호황 속에 개인의 과시욕이 튤립 열풍으로 번지면서 가격이 1개월 사이 무려 50배 폭등한 뒤 자산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이 재판 결과에 폭락한 사건으로, 초기 자본주의의 대표적인 버블로 꼽힌다.
남해 회사 버블은 은행가들이 설립한 남해(South Sea) 회사가 주식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프랑스와 전쟁 후 대규모 부채를 진 영국 정부의 부채를 인수한 데서 시작됐다.
정부의 빚을 인수한 데 따른 대가로 남미와 무역 독점권을 얻게 된 남해 회사의 주식에 뭉칫돈이 몰려들었다가 주가 폭락으로 투자자들이 눈덩이 손실을 입었고, 아이작 뉴턴이 최대 피해자로 기록된 사건으로도 유명하다.
회사 설립 당시 100파운드에 불과했던 시가총액은 한 때 1050파운드까지 급증, 기록적인 버블을 양산했다.
비트코인의 정체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과거의 버블과 흡사하다는 주장이 번지고 있다.
군중심리부터 비이성적 과열, 펀더멘털의 뒷받침이 없는 가격 폭등까지 비트코인이 버블의 요건을 두루 갖췄다는 진단이다.
GMO의 제러미 그랜덤 최고투자전략가는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은 펀더멘털 측면의 가치가 전무하고, 규제되는 시장도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여기에 대박 환상까지 과거 역사적으로 발생했던 버블과 매우 흡사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지난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붕괴를 정확히 예측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주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서치 업체 크립토컴페어의 찰스 헤이터 최고경영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세계가 급변하는 날씨와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어느 순간 전형적인 비이성적 과열을 연출하다 다음 순간에 공포와 패닉이 닥치는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일반적으로 특정 시장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과도하게 방출됐을 때 발생한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주장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