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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 칼럼] 관치금융과 우간다

기사입력 : 2018년01월11일 17:06

최종수정 : 2018년01월11일 17:06

'셀프연임' 막겠다고 배놔라 감놔라 개입

[뉴스핌=문형민 금융부장] 불과 2년전 '우간다 보다 못한 한국 금융'이란 말이 화두였다. 그 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 중 '금융시장 성숙도(Financial market development)'에서 한국은 87위를 기록한 반면 우간다는 81위였기 때문이다. 이 순위가 자국 기업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매겨진 것이라 우리 기업인의 눈높이가 높아 나온 결과라고 치부됐다. 그럼에도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았다.

상처의 근원이 따로 있고, 그 뿌리가 깊어 쉽게 뽑아낼 수 없다는 이심전심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뿌리는 곧 관치(官治)였다. 정부 주도의 개발성장기에 금융은 철저히 정부의 통제 하에 있었다.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기 위해 이자율, 환율 등이 사실상 정부에 의해 관리됐다. 어느 기업에 대출해줘라, 어느 기업에게 나간 대출을 회수해라는 등 지시도 정부 당국자의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됐다. 은행장을 비롯한 임원 인사에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런 관치의 전통은 끈질기게 이어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세우는 아젠다에 맞춘 금융상품이 쏟아졌다. 이명박 정부에선 녹색금융, 박근혜 정부에선 창조금융이 대표적이다. 통일금융, 청년희망펀드 등도 마찬가지다. 이런 류의 금융상품은 그럴 듯하게 포장되지만 안을 뒤집어보면 한숨이 나온다. 대통령으로부터 정부 고위 관료, 은행장 등이 '1호 가입자'라며 사진을 찍으면, 은행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하는 기업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줄서서 가입한다. 그것도 부족하면 은행원에겐 '인당 계좌 00개 유치'라는 할당이 떨어진다. 그리고 시효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소리 없이 사라진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당국은 서민 금융, 생산적 금융 등을 강조한다. 서민들의 빚을 탕감하거나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이 발표됐다. 최고금리를 낮추고,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이게 금융이냐. 복지 정책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왔다. 중소 벤처기업은 제공할 담보가 없으니 기술력, 성장성 등을 평가해서 신용으로 대출해주라는 '생산적 금융'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은행에선 "해보지 않은 일"이라며 고개를 젓는다. 평가할 수 있는 능력도 경험도 없다는 얘기다. "그렇게 나간 대출이 부실화되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소리없이 아우성 친다.

여기에 한 발 더 나간 일이 진행되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을 막겠다고 금융당국이 팔을 걷어부친 것이다. 당국은 실질적인 유효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지켜지고 있느냐를 보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후보군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평가 항목이 뭔지, 배점을 어떻게 했는지 등을 수시로 체크하겠다고 한다.

당장 오는 3월이 임기 만료인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이 타겟이다. "특정인을 염두에 두는 것은 아니다"라고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은 말하지만 삼척동자도 아는 상황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김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한다해도 이후가 걱정"이라고 말한다. 관치의 추억을 또렷이 공유하고 있는 금융계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과 다를 바 없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의 금융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우간다를 앞질렀다. 그렇지만 안도하고 기뻐하는 금융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뉴스핌 Newspim] 문형민 금융부장 (hyung13@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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