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수정 기자] 볼품 없는 외모에 꼽추, 뒤틀린 팔과 다리 등 신체적 결함을 가졌지만 뛰어난 언변과 권모술수로 권력의 중심에 서는 '리차드 3세'.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가작 매력적인 악인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리차드 3세'는 15세기 장미전쟁 당시 실존했던 인물로, 왕이 되기 위해 형제, 조카, 사촌 등을 살육했고 형수의 딸 즉, 조카를 왕비로 삼았다. 이안 맥켈런, 베네딕트 컴버배치 등 해외 배우들도 탐내는 강렬한 캐릭터로, 범접할 수 없는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페이소스를 불러일으켜야 하는 어려운 역할이다.
사실 셰익스피어 희곡은 대부분 방대한 등장인물과 복잡한 캐릭터 설정, 현대에선 사용 빈도가 낮은 고어를 사용하는 등 무대에서 공연되기에 난점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리차드 3세'는 셰익스피어의 '햄릿' '맥베스' '리어왕' '로미오와 줄리엣' 등 대중에게 익숙한 작품과는 달리 국내에서 연극 무대에 꾸준히 오른 작품은 아니다.
특수효과를 이용해 꼽추를 표현한 배우 황정민 <사진=㈜샘컴퍼니> |
최근 배우 황정민이 10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는 작품으로 '리차드 3세'를 선택해 화제를 모았다. 황정민은 리차드 3세의 신체적 콤플렉스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 티저 영상 및 프로필 촬영 당시 영화 특수분장 전문 Technical Art Studio - Cell을 이용, 2주 전에 기형화된 척추의 본을 뜨는 작업을 3시간에 걸쳐 진행하는 등 철저히 사전 준비작업을 거쳤다.
황정민은 "셰익스피어 작품 중 꼭 공연해보고 싶었던 작품"이라며 "왕권을 얻기 위해 인간이 얼마나 사악해지고 나약해지는지, 속을 모르는 수많은 성격을 가진 인물이라 심리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황정민은 최근 연극계에서 흔히 보여지는 멀티캐스트가 아닌 원캐스트로 공연을 소화한다고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영화 그만하고 연극만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열정을 보이고 있다.
연극 '리처드 3세' 포스터 속 이기돈과 '꼽추, 리처드 3세'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배우 안석환 <사진=아르코예술극장, 예술의전당> |
황정민 외에 국내에서는 배우 이기돈, 안석환이 '리차드 3세' 역할을 소화했다. 지난해 1월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 '리처드 3세'(연출 문새미)에서는 배우 이기돈이 리차드 3세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안정적인 연기와 발성, 신체 결함으로 인한 독특한 움직임 등을 완벽히 표현해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안석환은 지난 2004년 '꼽추, 리처드 3세'(연출 한태숙)에서 주연을 맡았다. 당시 한태숙 연출은 "안석환이라는 배우가 있어 공연이 가능했다"고 말했으며, 안석환은 "배우 인생에 큰 모험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하루에 티셔츠를 3번씩 갈아입을 정도로 강도 높은 연습을 통해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한편, 황정민이 무대에 오르는 연극 '리차드 3세'는 오는 2월 6일부터 3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