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미인대회, 3년 연속 우승 힘들다"
"과도했던 IT 비중 이미 해소..실적시즌엔 숫자가 중요"
[뉴스핌=김선엽 기자] 작년과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IT가 국내외 주식시장을 주도할 것인가를 두고 시장의 견해가 팽팽하게 맞선다.
실적만 놓고 보면 IT 기업의 주가가 올라갈 여지가 충분하지만, ‘미인대회’라는 주식시장의 속성상 이제는 주도주가 바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8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삼성전기, 삼성SDI 등 국내 7대 IT기업의 올해 당기순이익은 5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작년에 비해 2배 이상이다. 내년에도 이들의 순이익은 총 68조원 이상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단위=억원, 출처=에프앤가이드> |
실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IT주 주가 흐름은 이달 들어 순탄치 않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IT섹터의 조정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발단은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조정이다. 부담스러운 밸류에이션, 아이폰X의 판매 부진, 미국의 망중립성 폐기 결정 등이 FANG의 상승세에 제동을 걸었다.
또 반도체 슈퍼싸이클이 내년 중 종료될 것이란 전망도 부담스럽다. 미국과 한국의 반도체 회사가 경쟁적으로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내의 경우 원화 강세까지 겹쳤다.
◆ IT→내수주 선수교체, "각 국 정부가 소비에 관심"
증권가 일각에선 IT주의 상대적 매력도가 떨어져 내년에는 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주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본다.
한국투신운용 관계자는 "주식시장은 미인대회로 상대적으로 예쁜 것에 몰표가 간다"며 "IT가 돋보일 때는 주가가 달렸지만 다른 것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 얘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적으로 소비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경기가 회복되면서 내수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수 있다"며 "다만 반도체와 OLED의 성장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내년 중 저평가된 IT 주식을 쓸어 담을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세제개편이 대형 IT기업에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제까지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에서 번 돈을 미국으로 송금하려면 최고 35%의 송환세를 물어야 했다. 그러나 새로운 세법에 따르면 1회에 한해 15.5%의 송환세가 적용된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미국 기업들이 이익을 해외에 쌓아두면서 조세부담을 회피해 왔다"며서 "이 돈을 미국으로 가지고 들어오면 현재와 비교해 그만큼 부담이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세율은 낮아졌지만, 예전에는 세금을 안 냈던 기업들이 이제 세금을 내게 됐다는 얘기다.
또 미국 트럼프 정부의 다음 스텝을 고려하면 소재, 에너지, 산업재, 금융 쪽으로 주도주가 바뀔 것이란 전망도 있다.
자산운용사 한 매니저는 "트럼프 당선 이후 주가를 급등시켰던 3개의 공약이 감세와 인프라 투자, 금융규제 완화였다"라며 "감세 공약이 실현됐으니 이제 나머지 2개의 수혜주를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 포트폴리오 조정 이미 끝, 실적시즌에 숫자
반면 이미 IT 비중을 낮추는 포트폴리오 조정이 끝났다는 분석도 있다. 실적시즌이 도래할수록, 기대감만으로 움직이는 내수주보다 숫자로 입증되는 IT기업이 주목을 끌 것이란 전망이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올해 삼성전자 주가만 지나치게 올라 포트폴리오상 편중된 측면이 있다보니 4분기 들어 순환매가 나오면서 ‘키맞추기’가 이뤄졌다"며 "내년 시장 전체로 보나 IT 섹터를 높고 보나 IT 주가가 하락한 것은 오히려 보약"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수 관련주 사드보복 관련주는 기대감은 있지만 실적이 아직 안 돌아섰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